▲ 장현경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정책부장

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공단 이사장의 단식농성을 계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사자인 고객센터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회에 걸쳐 관련 쟁점과 해법을 짚어 본다.<편집자>

저는 2010년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에 입사했고 올해로 11년째 살아남은 베테랑 상담사입니다.

살아남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16명의 동기 중 교육 기간에 8명이 중도 하차했고 팀 배정후 1년도 안 됐을 때 6명이 퇴사했기 때문입니다. 한 기수에 두 명이면 많이 살아남았다 할 정도로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근무환경, 비인간적인 노동강도에 다들 혀를 내두르고 달아납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휴게시간 1시간인데도 출근은 항상 8시40분까지였습니다. 조기출근 후 각종 교육이나 업무시험을 쳤습니다. 물론 시간외 수당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늘 넘쳐 나는 통화량으로 점심시간은 4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점심 종료 전 5분 전에는 착석 후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35분 안에 컵밥·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양치하고 자리에 앉기 바쁩니다. 옆에 동료와는 인사할 시간도 없기에 내 옆에 앉은 동료가 누구인지 관심도 없습니다. 어느 날 안 나오면 퇴사한 겁니다.

새롭게 변경된 법률·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전달 교육은 각 센터별 교육강사가 상담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교육강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수시로 변경되는 제도 때문에 늘 교육에 목말라 있는 상담사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해 정규직과 동일한 자료로 동일한 교육을 해 달라는 지극히 당연힌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한 번은 팀별 프로모션이라고 하면서 한 달 동안 결근자가 없는 팀은 10만원씩 주겠다고 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결근을 하면 그 팀은 10만원을 받지 못합니다.

대상포진에 걸렸어도 ‘나 때문에 팀 전체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출근을 강행하는 동료도 있었고, 팀별 성과제도 때문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옆에 눕혀 두고 울음을 삼키며 전화를 받는 동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도 실은 직접인건비이기에 모든 직원에게 주는 게 마땅한데도 경쟁으로 내몰아 성과별로 지급하는 것이 민간위탁 업체입니다. 민간위탁 업체는 건강보험의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2년 후 입찰경쟁에서 공단과의 재계약을 연장하는 것에만 목숨을 거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매달 면접을 볼 정도로 신입 상담사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럴수록 전문성은 떨어지고 고객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담사들이 공단에 직접고용돼 고용이 안정되고 소속감이 생기게 되면 자연적으로 장기근무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가입자에게 보다 더 전문적인 상담 기회를 제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일부 언론은 연일 공정이라는 꼬리표와 노노갈등 프레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며 오로지 기회의 공정만이 청년세대의 시대정신인 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고객센터 직영화가 청년일자리를 뺏는다고 하는데 고객센터에도 2030 청년들이 많이 근무 합니다.

구의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평택항에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는 청년이 아닙니까? 이 나라가 말하는 청년은 고학력·고스펙만 청년인 것입니까?

세상에 모든 비정규직이 양질의 일자리가 되면 결국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생계를 포기해 가며 투쟁한 지 5개월이 돼 갑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정규직 직원의 인권 무시적 발언과 비아냥거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옳기에 그 어떤 비아냥도 견뎌낼 것입니다. 노동하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워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것입니다. 이번 투쟁이야말로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끝장 투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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