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부산에 사는 37세 유경우씨는 금속가공 중소기업에 다니는 생산직 노동자다. 최근에는 경리를 담당하는 동료가 그만두는 바람에 사장님을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노동하는 삶을 ‘유튜브’를 통해 전한다. 그가 올린 170여개의 브이로그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5명 미만 사업장의 생산직 10년차 월급을 공개한 콘텐츠였다. 200만회를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한국 사회 5명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독자들은 수많은 댓글로 ‘희망을 잃지 마라’고 격려했지만 희망을 말하기엔 현실과의 거리가 아득해 보였다.

경우씨는 2010년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월급은 한 달에 130만원이었다. 포괄임금제로 초과근로수당을 월급에 합산해 지급하다 보니 공휴일에 쉬거나 잔업을 하지 못하면 임금이 깎여 110만원을 받았다. 4년차가 되던 2014년에 180만원에서 190만원가량을 월급으로 받았고, 2017년부터는 대형기계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월 28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2019년엔 320만원까지 월급이 올랐지만 지난해엔 경기가 좋지 않아 임금이 동결됐다. 경우씨는 하루에 12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며, 일요일엔 쉰다.

경우씨의 월급을 최저임금 시간급 기준으로 역산해 보면 2010년(시간급 4천110원)엔 최저임금법 위반이 의심되며 2020년에도 간당간당하게 최저임금에 턱걸이한다. 이는 5명 미만 사업장이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율, 그리고 연차휴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씨는 5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에 비해 10년의 긴 시간 동안 그만큼의 노동의 가치를 손해 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의 춘의테크노파크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성은씨(가명)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국회에서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을 대체휴무일로 정하는 법을 통과시킨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가움도 잠시,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라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올해는 주요 공휴일이 주말과 겹쳤다. 주중이라면 하루를 유급으로 쉴 수 있는데 광복절과 개천절, 한글날과 성탄절 등 4일이나 손해 보게 생긴 것이다. 때문에 정부·여당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주말과 겹친 공휴일에 대해 대체휴무일을 부여하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올해부터 국가에서 정한 공휴일은 유급휴일이 된다. ‘빨간 날’ 쉬어도 임금이 보전되는 것이다. 선진국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나라,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 역시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성은씨에게는 남의 일이다. 성은씨는 마치 자신은 대한민국 국민에서 열외된 것처럼 소외감을 느낀다.

성은씨나 경우씨처럼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580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과 휴일·휴가 규정이 적용 제외되고,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지급받기 어렵다. 거기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항 역시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기초적인 노동보호 조항 적용이 제외되면서 이들의 근로조건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규모별 임금자료’를 살펴보면 5명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약 193만원으로 300명 이상 사업장 약 528만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적다. 30명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총액 약 347만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가 올해 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동상담사례 중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상담사례 약 600여건을 분석해 보니 5명 미만 사업장의 상담 의뢰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조건을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에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노동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는 노동인권 측면에서도 필수적인데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를 통해 5명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노동부 장관에게 건의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은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연장근로 가산수당 지급의무, 휴가 규정, 부당해고 구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이 적용되면 ‘영세 사업장의 지급능력과 노무관리 부담이 늘어난다’며 난색을 표한다.

그러나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해서 초과노동에 대한 가치가 5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그것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5명 미만 노동자는 휴식권 보장의 필요성이 없고 쉽게 해고하고 인격모독과 갑질에 관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영세사업주 부담을 노동자가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적어도 초과노동에 대한 보상, 휴식권, 노동인권 보호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노동존중 사회가 가능하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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