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가단120698 임금

1. 이 사건의 배경

피고 회사는 임금규정과 원고들과의 근로계약에서 상여금으로 기본시급의 21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의 600%를 연 6회로 분할해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시행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2018년 6월12일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식비 등 복리후생임금을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최저임금법이 개정됐다. 그러자 피고 회사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인 2019년 1월1일을 앞두고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서명을 받아 임금규정을 개정하고 법 시행일에 맞춰 적용에 들어갔다. 임금규정 개정 내용은 상여금의 지급률을 600%에서 450%로 낮추고 지급방식을 연 6회로 분할 지급하던 것을 연 12회로 분할해 매월 급여일에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아울러 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을 삭제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고들의 근로계약은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원고들이 속한 금속노조 지회 출범 이후에 복수노조로 설립된 기업노조가 2020년 3월31일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서 위 개정 임금규정과 동일한 상여금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다음날인 같은 해 4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2019년 1월1일부터 연 450%로 축소된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자 근로계약에서 정한 600%의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2020년 6월17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5월27일 1심 법원은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청구금액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 피고 회사의 항변 요지

첫째, 피고 회사는 상여금의 지급률이 150% 저하되긴 했으나 지급방식을 매월 지급으로 변경하고 재직자 조건을 삭제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개정 임금규정에 따라 산정한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 및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의 각종 법정수당을 포함한 임금총액이 개정 전 임금규정(근로계약 내용과 동일)에 따른 임금총액을 상회하므로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임금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피고 회사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가 있는 경우 그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8072 판결 등을 인용했다.

둘째,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3조1항에서는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인 근로기준법 97조에서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해 무효로 한다”라고 해 달리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경우 근로계약에 우선한다는 점이 명백하므로 단체협약의 효력이 발생한 2020년 4월1일 이후부터는 근로계약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 판결의 내용

가. 이 사건 개정된 임금규정이 불이익 변경인지 여부에 대해

첫째, 연간 상여금 지급률 축소는 그 자체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재직자에 한해서 지급하던 것을 상여금 지급일 현재 재직하고 있는지를 불문하고 해당 기간의 근무기간을 일할 계산해 월급과 함께 지급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게 돼 통상임금액이 증액됐고, 그로 인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과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이 결과적으로 증액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효과가 간접적·부수적이어서 상여금 지급률의 축소와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상호간에 직접적인 연계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둘째,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개정된 임금규정을 통해 상여금을 연 12회로 분할해 매월 일정액씩 지급하고 지급일 현재 재직하고 있을 필요가 없게 한 것은 상여금 일부가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액의 인상에도 그에 따른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 노동자들에게 상여금 지급률 축소에 따른 대가를 보전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셋째, 또 그 결과로 지급되는 임금총액의 면에서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결과가 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상임금 증액에 따른 각종 법정수당 증액의 효과는 그 같은 각종 법정수당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그 같은 각종 법정수당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경우(소정근로시간만 근무하고 그에 따른 기본시급만 지급받게 되는 경우)에는 축소되는 상여금 지급률만큼 임금이 줄어들게 될 것임이 당연하다. 상여금 지급률 축소에 따라 줄어드는 상여금의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각종 법정수당 증액의 효과가 노동자인 원고들에게 당연히 보장돼 있는 것이 아니다. 2019년의 경우 실제 지급된 연간 임금총액이 기왕의 근로계약서에 따라 계산된 가정적인 산출 임금보다 더 많았다는 계산 결과는 우연한 결과일 뿐, 이 같은 우연한 결과를 들어 이 사건 개정된 임금규정이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내용보다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원고들의 근로계약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반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

첫째, 단체협약 기준의 효력에 대해 정한 노조법 33조1항(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이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무효로 한다’는 취지로 정한, 근로계약과 근로기준법·취업규칙과의 관계 규정인 근로기준법 15조와 97조와는 다른 형태이긴 하다. 그러나 상여금 지급과 관련한 원고들의 근로계약 내용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반하는 것인지가 우선 분명치 않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는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회사는 생산직 직원에 대해 월 21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에 상당하는 임금을 100%로 해 총 450%의 상여금을 지급한다. 상여금 450%를 보장한다.”라고 정해 두고 있는데, 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내용의 상여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것인지(최고기준을 정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최소한 그보다 불리한 내용의 상여금 지급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최저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둘째, 설령 최고기준을 정한 것이어서 그보다 유리한 내용의 상여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법률상 무효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사적자치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고 근로관계에서 사용자보다 열세한 지위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에 비춰 볼 때, 노조법 33조1항은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에 한해 이를 무효로 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른바 유리조건 우선 원칙)이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단체협약의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경우 원고들은 노조법 35조(단협의 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뿐이라는 사정도 이 같은 해석에 아울러 고려돼야 한다.

4. 시사점

이 사건은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상여금과 복리후생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게 되자 피고 회사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할 의도로 그 지급시기를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매월 지급의 반사적 결과로 상여금의 통상임금화가 이뤄지자 그로 인한 법정수당의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지급률을 축소한 데서 비롯된 사건이다.

첫째, 본 판결은 피고 회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화한 것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 임금인상을 억제하려고 한 것이지 상여금 지급률 축소에 따른 대가를 보전해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상여금의 매월 지급으로 인한 통상임금화로 법정수당이 증가하는 것은 최저임금 산입을 위한 간접적·부수적 효과일 뿐 상여금 지급률의 축소와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거나 상호간에 직접적인 연계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여금 지급률 축소 자체가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본 판결은 단체협약과 근로계약의 관계를 판시한 최초 판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사이의 관계에서는 유리조건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는 다수의 판례가 존재하나 단체협약과 근로계약의 관계에 대한 판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셋째, 본 판결은 단체협약의 기준을 최저기준으로 볼 것인지 최고기준으로 볼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설령 최고기준으로 봐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내용의 상여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사적자치 및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관한 여러 헌법적 가치들에 비춰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법률상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즉 노조법 33조1항은 단체협약보다 불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에 한해 이를 무효로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돼야 한다고 보았다. 단체협약과 근로계약 관계에서도 유리조건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향후 상급심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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