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회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들은 한 해가 갈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해 평일의 ‘빨간 날’이 며칠이나 있는지 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그렇게 매해 예수님과 부처님의 위치선정이 부디 은혜롭고 자비롭길 바라며 경건한 마음으로 빨간 날의 수를 셉니다. 그리고 올해 부처님의 자비로운 위치선정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더 이상 추석을 제외하고 평일에 공휴일은 없다며 좌절할 즈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 드리겠다며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는 더 큰 좌절을 맞아야 했습니다. 발의된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겐 해당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굴 위한 대체공휴일인지 싶어 대체공휴일이 아닌 ‘도대체공휴일’이라고 불러야 하나 한탄을 하던 중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5명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에게도 법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며 의결에 불참한 웃지 못할 소식도 들려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5명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들을 차별할 것입니까.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노동자라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일부 조항을 배제합니다. 단적으로 5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1주 12시간 연장근로 제한을 받지 않으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없습니다. 당연히 휴가도 없고요. 해고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은 곧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쉬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하다 부당하게 해고돼도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 배제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했습니다. 그 주된 취지는 “국가의 관리·감독 능력이 부족하고,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이 부족하며, 그동안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온 연혁에 비춰”차별이 아니라는 겁니다.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국가의 관리·감독 능력. 우리는 코로나19를 맞아 최고의 방역 선진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모두 추적해 감염 경로를 찾고 확진자 동선에 함께 있었던 밀접 접촉자를 찾아 격리시키는 등 국가의 관리·감독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 5명 미만 사업을 영위하는 영세사업자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도 처벌하는 것이지만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국가의 몫입니다. 국가에서 5명 미만 사업장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예컨대 휴가비 등 명목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 감면 같은 방법으로 지원하면 됩니다.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온 연혁.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나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9년에 16명에서 5명으로 변경된 이후 적용범위가 확대된 바 없습니다. 무려 33년 전의 일입니다. 그럼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용 배제되는 법령의 수가 줄어드는가요? 오히려 점차 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더불어 최근 개정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 관련 근로기준법 조항은 5명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역시 5명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를 배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점차 많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노동조건의 최소 기준을 정한 법률에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모든 차별을 금지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일 뿐입니다. 제발 이제 그만합시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5명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에게도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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