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격제트작전>이라는 오래전 드라마에는 키트라고 하는 똘똘한 인공지능 자동차가 나오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손목에 찬 무전기에 대고 “키트!” 하고 부르면 주인공이 있는 곳까지 스스로 달려오는 차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훌쩍 가까운 것만 같다. 비록 그 앞에 ‘반’자를 달고 있지만, 자율주행은 요즘 흔한 말이다. 인공지능은 온갖 것 앞에 그럴듯한 수식어로 붙는다. 로봇청소기 같은 것들이 특히 그렇다. 그것만 사면 집 청소를 비롯한 온갖 귀찮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란 꿈에 부풀곤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결국 사람 손이 필요했다. 별수 없이 걸레질하며 땀 흘린다. 집이 좁아 다행이라 여긴다. 사람 드문 공항에서 무인화 로봇청소기가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바닥을 쓸고 닦는다. 카트 밀고 지나던 청소노동자가 슬쩍 살핀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소리 없이 움직이는 건 로봇의 일이니, 저기 사람 등에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이런저런 군소리가 붙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오래전 외침을 사람들은 오늘 여전히 구호로 삼는다. 과로사와 산재와 온갖 갑질 소식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 브레이크를 밟아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운 일일 테다. 핸들을 놓지 말라고, 반자율주행 기능 품은 최신 차량은 경고를 보낸다. 사람 구하러 스스로 달려오는 키트는 아직 공상의 영역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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