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안경덕 장관 주재로 전 지방관서와 안전보건공단 전 지역본부 등이 참석하는 ‘산재 사망사고 위기대응 TF 대책회의’를 개최해 법 위반 사업장은 엄정한 행정·사법조치를 해 일벌백계하고, 중대재해 사업장은 반드시 작업중지를 하되 노동자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작업중지를 해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노동부가 산재 사망사고에 칼을 뽑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니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장관께서는 정말 해당 대책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산재 사망사고 위기대응 TF 대책회의에 부쳐

노동부가 발표한 대책으로 산재사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억지력이 있는지 재차 묻고 싶습니다. 중대재해 발생사업장에 반드시 작업중지를 하겠다는 이야기는 혹시 그 이전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작업중지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입니까?

이미 ‘중대재해 등 발생시 작업중지 명령·해제 운영기준’과 산업안전보건법 55조에 따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다만 현장에서 노동부가 법과 운영기준에 대한 해석을 좁게 하고 소극적으로 행정명령을 하면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포항에 위치한 네이처이앤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대해 노동부 포항지청은 공식적인 면담자리에서 회사가 중대재해 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현장감독을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24시간 이내에 현장에 가면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소각로인 2소각로를 재해 뒤 이틀이나 가동되도록 방치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항의에 의해서 구두로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일은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지방관서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업중지 명령은 위험이 더 확산하지 않고, 사고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더불어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장의 경영활동을 멈추게 함으로써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노동부의 가장 강력한 행정조치입니다. 2017년보다 후퇴된 작업중지 명령 및 해제기준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법 개정 준비와 더불어 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 대한 적극적 해석과 조치에 대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안경덕 장관께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작업중지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심으로 이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노동자의 안전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기 위해서는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의 회의 내용이 공개돼야 합니다. 더불어 유족 및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위원으로 위촉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팥소 없는 찐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소 대책으로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엄정조치’ ‘안전 중심의 사업장 문화 조성’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해당 대책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참여와 권리보장에 대해 내용들이 구체화돼야 합니다.

작업중지 명령 후 감독과 점검에 있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서 ‘작업 전 안전미팅(Tool Box Meeting)’ 방안이 제시됐는데, 현실에서는 작업 전 조회는 작업지시와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안전교육인 양 둔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안전문화가 퇴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위해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의 일환으로 작업상 지시를 할 경우 파견법 위반이 아님을 안내하겠다는 대책은 원·하청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처사밖에 되지 않습니다. 원·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의 묵인과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하청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원청의 책임을 어떻게 강화하고 물을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노동부가 경제와 노동자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명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정부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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