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2020년 아동노동 추세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아동기구(UNICEF)는 지난 12일 ‘아동노동: 2020년 글로벌 추계, 동향과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20년 아동노동의 총수가 1억6천만명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늘날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5~17세 연령대 아동의 9.6%에 달하는 규모로 소년의 11.2%(9천700만명), 소녀의 7.8%(6천300만명)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아동노동이 840만명 늘었다. 2016~2020년 사이에 일어난 아동노동 증가 추세로 지난 20년 동안 전진해 왔던 아동노동 종식을 위한 노력이 후퇴하고 있다고 ILO는 지적했다.

2000년 2억4천550만명(16.0%)이던 아동노동 총수(5~17세 어린이와 청소년 중 아동노동 비율)는 2004년 2억2천230만명(14.2%), 2008년 2억1천520만명(13.6%), 2012년 1억6천800만명(10.6%), 2016년 1억5천160만명(9.6%)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 덕분에 2000년부터 2016년까지 9천400만명의 아동이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추세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역진된 것이다.

ILO는 특히 만 5~11세의 아동노동이 뚜렷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전체 아동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한 2016년 이후 5~17세 어린이와 청소년 중에서 건강·안전·도덕에 해를 끼치는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가 650만명 증가해 그 총수가 전체 아동노동의 49.4%에 달하는 7천900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2008~2020년  지역별 아동노동 증감추세
2008~2020년 지역별 아동노동 증감추세

5~17세 사이 아동노동을 일의 형태로 나눠 보면 사용자에 고용돼 있는 비중은 17.3%에 불과했다. 대다수인 72.1%는 가족의 일을 돕고 있었으며, 10.7%는 자영노동자로 분류됐다. 산업별로 분류해 보면 아동노동의 70%(1억1천200만명)가 농업에, 20%(3천140만명)가 서비스업에, 10%(1천650만명)가 공업에 종사했다.

아동노동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로 5~17세 연령대 아동의 23.9%인 8천660만명이 노동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는 아동노동 상황이 개선됐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아동노동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음을 뜻한다.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사회보호를 확대해 빈곤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취업할 수 있는 최저 연령까지 양질의 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신생아 등록을 의무화해 모든 어린이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며 △청소년과 성인 노동자에게 공정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빈곤 때문에 생기는 아동노동을 근절해야 하며 △특히 농촌 지역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농작물 다양화를 통해 농촌 주민들의 생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ILO는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에 국제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020년 말 1억6천만명이었던 아동노동 총수가 2022년 말에는 1억6천890만명으로 900만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ILO는 경고하고 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통합적인 사회보호를 통해 가정을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빈곤과 아동노동의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농촌개발 지원 증대와 농업의 좋은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노동 근절 과제에서 인류가 새로운 각오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국면에 서 있다고 말했다.

윤효원 객원기자(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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