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업무를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별도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2일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위험한 현장의 업무를 거부할 수 있는 기본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 중대재해는 사안의 심각성과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대응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산업 유지를 위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가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올해 3월 경기 화성시의 A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하던 50대 중국 여성노동자는 주야맞교대로 일하다 기계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다 숨졌다. 대구에 있는 B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하던 카자흐스탄 출신 30대 노동자는 로봇 설비에 머리가 끼여 사망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300명 미만 기업이나 농축산업·연근해어업·양식어업·소금채취업 등에서 일한다. 일이 고되고 위험해 사람 구하기 어려운 업종을 유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활용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발생률은 내국인 노동자보다 약 30%가량 높다. 매년 1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숨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위험의 이주화’라 불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대재해로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때도 이주노동자 본국에서의 일실수익을 근거로 계산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1천~2천만원의 합의금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업주가 큰 손해를 입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일터가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총 등은 성명에서 “적정 인원 배치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자국어 매뉴얼·지침을 제공해 이주노동자 스스로 현장을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정부는 위험한 노동환경이라도 억지로 일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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