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공익위원들이 산업현장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을 강조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저임금노동자 처우개선이라는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마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19일 최저임금위와 양대 노총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최저임금위 논의는 1만원 달성과 박근혜 정부 평균 이상 인상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두고 노·사-노·정이 줄다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2018~2021년)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기하평균)은 7.7%다. 박근혜 정부 4년의 7.4%보다 고작 0.3%포인트 높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이미 전 정부보다 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보다 높게 유지하려면 내년에 5.5% 이상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들이 가장 많이 고심하는 숫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열린 최저임금위 2차 전원회의에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올해 경제성장률 4%를 정부가 자신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5%)을 정하면서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0.4%,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0.1%를 더해 산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의 2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예상된다. 이 총장의 경제성장률 4% 발언을 지난해 최저임금위가 제시했던 계산식에 대입하면 6%대의 수치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시각 최저임금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해 공익위원 8명 중 7명이 유임됐다”며 “역대 최저인상률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은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1만원’ 요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1만원이 되려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4.7%가 돼야 한다.

정부와 공익위원 분위기는 노동계와 차이가 있다. 안경덕 장관은 18일 최저임금위 위원 위촉장을 주는 자리에서 “저임금근로자 보호와 산업현장의 수용도가 높은 합리적인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법 목적에 맞게 심의·의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사용자 편에 서려는 공익위원 간의 줄다리기로 치닫고 있다”며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제 목적에 맞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임금수준위원회는 다음달 초까지 근로자 생계비·유사 근로자 임금·소득분배율 등의 기초자료를 심사한다. 3차 전원회의는 다음달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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