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5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재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했다. 산재사고가 빈발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감독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산업현장 산재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추락·끼임·화재·폭발·질식 사고 사례와 위험요인·예방대책 정보를 6차례에 걸쳐 제공한다.<편집자>
 

선라이트가 파손된 공장지붕
▲ 선라이트가 파손된 공장지붕 <안전보건공단>

무엇이 위험한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지붕 떨어짐 사고의 대부분은 건물 철거나 지붕자재 보수·교체 중에 발생한다. 공장 지붕은 일반적으로 20도 내외의 경사를 이루고 있어 작업시 균형을 잡기 어렵다. 노동자가 작업이나 이동 중 선라이트와 같은 지붕자재를 밟게 되면 떨어짐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선라이트는 채광을 위해 투명이나 반투명 재질로 만든 판재로, 오랜 시간 태양열과 외부 환경 등에 노출된 열화하거나 노후화해 쉽게 부서진다.

2020년 2월 경기도 화성의 공장지붕 교체작업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베트남 국적의 일용직 노동자 A씨는 줄곧 건설현장에서만 일해 왔다. 지붕 교체작업은 처음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노동자 A씨에게 처음 해보는 지붕작업에 대한 안전교육은 없었다. “조심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A씨는 선라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감시자도 없었다.

결국 A씨는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7.5미터 높이의 지붕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꿔 온 40세 외국인 노동자는 베트남에 있는 7살 난 아들과 생후 6개월 된 딸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확인한 작업계획서에는 작업내용만 있을 뿐, 안전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내용은 없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작업을 할 때 위험을 무시하면 또 다른 생명을 잃는 과오를 반복하게 된다. 공장지붕 작업시 선라이트 등 재질이 약한 자재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구간을 사전 출입통제 하거나 안전발판을 미리 설치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작업할지 구체적인 계획 아래 감시자가 작업을 감독하도록 하여야 한다. 처음 일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에게는 알맞은 작업을 부여하고 사전에 안전교육을 충분히 실시해야 반복해서 발생하는 지붕 추락사고를 막을 수 있다.

깨지거나 중심 잃기 쉬운 지붕
 

▲ 노후된 슬레이트가 파손된 지붕 <안전보건공단>
▲ 노후된 슬레이트가 파손된 지붕 <안전보건공단>

 

☞ 축사지붕 교체공사 중 선라이트 파손으로 추락

2021년 3월 경북 영천시 소재 축사 지붕재(선라이트) 교체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작업도구와 로프를 정리하는 작업 중 선라이트가 파손되면서 6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 공장 지붕에서 안전로프 설치작업 중 추락

2020년 2월 경기도 화성시 공장지붕 철거작업을 위해 안전로프를 설치하던 중 외국인 노동자 B씨가 플라스틱 재질의 채광창인 선라이트를 밟아 채광창이 깨지면서 7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 지붕 선라이트 설치작업 중 추락

2020년 5월 경북 구미시 축사 신축공사 현장의 철골 지붕에서 선라이트 설치작업 중이던 노동자 C씨가 약 5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 노후 선라이트 파손으로 추락

2020년 6월 전라남도 구례군 소재 축사지붕 교체작업 현장에서 노동자 D씨가 노후한 선라이트를 철거하고 칼라강판을 설치하기 위해 고정된 볼트를 절단하려 했다. 선라이트를 밟는 순간 파손되면서 떨어져 숨졌다.

☞ 지붕자재를 내리는 작업 중 슬레이트 파손으로 추락

2020년 3월 대구시 물품보관 창고 지붕보강공사 중 노동자 E씨가 작업을 위해 지붕에 올려뒀던 자재를 내리다가 지붕 슬레이트가 깨졌다. 7.5미터 아래 공장바닥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 지붕 위 이동 중 중심을 잃고 추락

2020년 6월 경북 영천시 우사지붕 태양광 설치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F씨가 지붕 위에서 음료수를 갖고 이동 중 몸의 균형을 잃어 4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 지붕에서 휴식 중 돌풍으로 인한 판넬 뒤집힘으로 추락

2020년 1월 전남 강진군 소재 축사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갑자기 불어온 돌풍으로 지붕판넬이 뒤집혔다. 지붕판넬 위에서 휴식 중이던 노동자 G씨는 8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지붕작업 위험도, 전체 산업보다 6.7배 높아

안전보건공단이 2013~2017년 산업현장 지붕추락 사고사망자 183명을 조사한 결과, 지붕 추락으로 연평균 36명 정도가 숨지고 있다. 지붕작업 위험도는 8.0%로 전체 산업 사망위험도 1.2%에 비해 6.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는 지붕 설치작업 중 가장 많이 발생했다. 발생원인은 추락방지 조치 미실시, 선라이트 등 지붕파손 순으로 많았다.

▲ 안전보건공단
▲ 안전보건공단
지붕 떨어짐 사고 피하려면

사업주는 슬레이트·선라이트(sunlight)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 발이 빠지는 등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45조)

☞ 작업 전 핵심 예방조치

- 안전대 부착설비, 가설통로 및 추락방지망 설치

- 지붕 형태 및 구조 파악, 목재 등의 부식여부 확인

- 안전한 이동경로 확보 및 준수(가설통로 설치, 작업계획서 작성 및 안전교육)

▲ 지붕추락 위험요소 <안전보건공단>
▲ 지붕추락 위험요소 <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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