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한반도 지도와 끊어진 철로 위에 열차가 그려진 조형물을 앞세우고 대구 범어네거리를 지나 동대구역으로 향하며 남북철도를 잇자고 열심히 행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반도 평화 행진단이 그 주인공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 행진단을 진두지휘하는 김찬수(60·사진)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대구평통사)’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대구·경북 진보운동의 선구자이며 산증인이다. 학생운동에 이어 대구지역 노동조합연합 정책실장과 민주주의 민족통일 대경연합 집행위원장 및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을 역임했다.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장과 (사)4·9인혁열사 계승사업회 이사장을 겸직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평화 대행진을 한다. 취지와 의미는.
“3년 전 4월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뒤이어 나온 평양선언에서 민족의 혈맥 남북철도를 하나로 잇자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선언과 약속들이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치이고 문재인 정부의 무소신과 무능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가 주인이 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노동자·농민·청년 등 각계각층 민중들이 남북철도 잇기운동을 벌여 기필코 남북철도를 잇자는 취지에서 한반도 평화 대행진을 제안하고 실천하게 됐다.”

- 행진단이 대구·경북지역을 걷고 있다. 참여 단체와 일정은 어떻게 되나.
“대구·경북지역은 9일 경산역을 출발해, 26일 김천역까지 16일간 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구·경북의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많은 시·도민이 자발적으로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특별히 퇴직한 선생님들과 경부선 철도가 지나지 않은 광주·전남·전북·인천 등의 평통사 회원들이 새벽밥을 먹고 달려와 남북철도를 잇자고 외치면서 행진하고 있다. 26일 김천역까지 행진하는 동안 13일 대구백화점 앞 남북철도 잇기 시민 한마당, 16일 현대공원 4·9 통일열사 묘역 남북철도 잇기 성공 다짐대회, 19일 왜관철교 앞 평화기원제, 22일 성주 사드철거 소성리 연대행동을 한다. 시·도민과 함께 호흡하겠다. 시·도민 한 분 한 분의 마음속에 평화열차, 통일 열차의 노반을 깔겠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구·경북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터져 나오도록 힘써 반드시 남북철도 잇기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결의를 다져 본다.”

- 행진 중에 기억나는 사건이 있었다면 소개해 달라.
“건물 앞을 청소하시던 경비 할아버지를 만났다. 조형물을 보시더니 ‘남북철도연결만 되면 최고지! 내가 51년생인데 전쟁 중에 태어났거든. 정말 남북철도 연결되기만 한다면야 최고지. 21일 한미 대통령이 만나는데 거기서도 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게 임진각까지 이거 밀고 갈 거예요. 미국이 해 주려고 할지 모르겠지만 철도연결 된다면 너무 좋지’ 하고 너무나 환하게 웃으시며 얘기하더라. 대구가 워낙 보수적인 도시라서 조형물에 가까이 오시길래 약간 긴장(?) 했다.(웃음)”

- 문재인 정부에 요구사항이 있다면.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남북 정상이 우리민족 모두에게 두 번씩이나 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사장해서는 안 된다.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다. 올여름까지가 마지막 기회다. 남북철도 잇기는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를 풀고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서도 즉시 남북철도 잇기를 국내외적으로 선포해야 한다. 남북철도 잇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떻게 보나.
“최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싱가포르 성명에 토대하고 단계적, 점진적 방법으로 모색한다는 소식이 다소 희망을 주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미대화를 재개할 성공을 도모하려면 하노이 잠정합의 따라 미국은 안보리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반환점을 도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고 북미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미국의 대북 제재해제와 북미관계 발전, 한반도의 비핵화는 동시에 풀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보다 훨씬 독성이 강하다. 미국의 대북제재 중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은 우리나라와 제3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이자 남북철도 연결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조업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독소조항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반드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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