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촛불은 다시 묻는다. 한국 사회 현실이 정말로 그렇게 가고 있느냐고.

결론은 “그렇지 않다”로 귀결되는 듯하다.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적나라하게 이를 증명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여당에 국민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펴낸 <다시 촛불이 묻는다-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사회경제개혁>(동녁·2만5천원·사진)은 우리 사회 복합위기가 제기하는 대전환 과제에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뒷걸음질한 ‘촛불정부’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현 단계를 ‘복합위기’라고 규정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촉발된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가 심화해 생태·사회·경제 등 전 사회적 전환이 시급히 요청되는 엄중한 복합위기 시대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전환의 길을 제대로 설계하고 걸어왔는가.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소득주도 성장 등 사람중심 경제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초기 네 바퀴 정책 패러다임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뒷걸음질 쳤다”며 “시장소득 불평등 확대를 반전시키며 약탈적 산업생태계를 상생의 숲으로 전환할 구조개혁 정책은 희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 기획은 더 확연히 과거의 낙수효과 패러다임으로 되돌아갔다”며 “우리는 실업, 불안정노동 증폭과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사회 보호로부터 취약계층 배제, 그리하여 삶의 불안이 엄습하는 고위험사회와 마주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 새로운 전환적 개혁 방향은

17명의 집필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서문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환적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1부는 디지털뉴딜·그린뉴딜·전 국민 고용보험·공공의료·부동산·기본소득 등 한국판 뉴딜을 비롯해 코로나 시대에 집중적으로 부상한 개혁과제를 다룬다.

2부는 소득주도 성장·공정경제·재정개혁·금융개혁·자영업 등 경제 분야 구조개혁 정책 평가를 통해 문재인 정부 4년을 돌아보고 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가 펼친 경제정책이 촛불정신에서 얼마나 멀어져 버렸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3부에서는 비정규직·최저임금·성평등·사회서비스·포용국가 등 사회구조개혁 정책을 다룬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복지가 최대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차기 대선에서 여러 후보의 공약을 제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좋은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촛불정부 회복 시간 1년뿐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진단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나라’다. “촛불정부로서 사람이 먼저이고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정부 약속은 깨진 듯하며 촛불의 기운은 희미하다”며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시대전환의 새 경로를 만들어 내야 할까.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일정 수준의 평등고개를 넘는, 정의로운 사회생태적 전환의 정치가 요구된다”며 “기후회복력을 가지면서 평등하고 공정한 생태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새로운 대항적 활력과 제도, 정책적 창안이 절실하다”고 제시한다.

2018년 7월 323명의 지식인은 문재인 정부에 촛불정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사회경제개혁에 매진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결성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이번 책을 펴낸 것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 촛불정부의 정체성 회복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쓴소리를 들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촛불이 묻고 있다. ‘촛불정부’를 회복할 시간은 딱 1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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