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ITUC)은 지난 20일 ‘사회보호 투자와 그것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경제회복과 사회 안정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사회보호에 추가로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국제노총은 개발도상국인 가나·르완다·방글라데시·인디아·그루지아·세르비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 8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GDP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사회보호에 추가로 투자한 결과 생산성과 고용이 향상됐고, 정부의 세금 수입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빈곤이 감소했고, 여성의 취업과 일터 복귀가 쉬워지는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보호에 대한 투자 증가가 0.7~1.9배의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켰다면서 사회적 지출의 경제적 혜택이 투자 비용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국제노총은 “사회보호 제도가 코로나19 전염병이 보건과 경제에 가하는 충격을 완화하고 탄탄하고 포용적인 경제회복을 도운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사회보호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넘어 고용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경제 전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제노총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글로벌 수준에서 보편적 사회보호를 누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사회보호기금(Global Social Protection Fund)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 기금 마련을 위해 국제노총은 고소득 국가들의 해외개발원조(ODA)에서 저소득 국가들의 사회보호 제도를 지원하는 비중을 높이고, 외환거래세를 포함한 금융거래세를 도입할 것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저소득 국가들이 지고 있는 부채를 탕감하거나 경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를 국제노동기준의 중요한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1952년 채택된 협약 102호 사회보장(최저기준)과 2012년 채택된 권고 202호 사회보호기초가 대표적이다. 협약 102호는 회원국들이 국민건강·상병·실업·노인·산업재해·장애·유족·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사회보호 제도를 폭넓게 마련할 것을 규정한다. 권고 202호는 사회보호를 △보건의료와 모성보호를 위한 재화와 용역에의 접근 △어린이의 영양과 교육·돌봄을 위한 기본소득의 보장 △상병·실업·출산·장애 등의 이유로 충분한 소득을 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기본소득의 보장 △노인을 위한 기본소득 보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권고 202호는 기초적인 사회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져야 할 책임으로 △사회연대에 기반한 보편적 보호 △법령을 통한 혜택의 부여 △충분하고 예측가능한 혜택 △차별금지와 남녀평등 △비공식 경제 종사자를 포함한 사회적 통합 △사회보장을 제공받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에 대한 존중 △목표 설정과 시간표 마련을 통한 꾸준한 이행 △사회보장 제도의 재원을 대는 사람과 혜택을 받는 사람 간의 책임과 이익을 둘러싼 적절한 균형의 추구 및 재원 마련에서의 연대 △재원 마련과 시행에서 다양한 방법과 접근법의 모색 △재정의 투명한 관리와 건전한 운영 △사회정의와 형평을 고려한 금융·재정·경제의 지속가능성 고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고용정책의 일관성 유지 △사회보호 전달을 책임지는 기관들 사이의 일관성 유지 △사회보장 제도 집행에서 양질의 공공 서비스 제공 △효율적이고 접근성 높은 민원 처리 △집행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평가 △모든 노동자의 단체교섭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존중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의 참여 및 관련 단체들과의 협의를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 전염병 위기를 맞아 사회보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국제노총 사무총장 샤란 버로는 “코로나19 전염병이 경제적 충격과 불충분한 의료제도에 취약한 세계 극빈층의 문제를 드러냈다”며 “지금이야말로 사회보장 제도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게 사회보호 혜택을 확대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7월 낸 ‘임시기본소득 : 개발도상국 빈곤층과 취약계층을 보호하자’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32개국에서 27억명이 빈곤선에 근접해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한 달에 1천99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20년 개발도상국이 부자 나라들에 갚아야 할 외채 규모는 3조1천억달러인데, 그중 일부에 대해 지급용도를 변경하면 6개월 기한의 글로벌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UNDP는 전망했다.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미국 정부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시리아를 상대로 한 전쟁에 쏟아부은 돈이 6조4천억달러라는 사정을 감안할 때, 글로벌사회보호기금이나 글로벌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재정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준에서 문제는 돈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과 정치적 의지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