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21년 4월5일자 12면에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칼럼 ‘강순희 이사장에게 묻습니다’가 게재됐습니다. 이에 대해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편집자>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산재노동자에 대한 애정으로 그간 근로복지공단에 질책과 제언을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산재보험은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로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촉발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 감염병 전담병원, 취약노동자 노후소득보장, 체불노동자 생계보호, 일자리안정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서 보여지듯이 최근 ‘노동복지허브’로서 공단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핵심사업은 여전히 산재보험이다.

산재노동자들이 더 쉽고 더 편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공단은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 추진된 개선 노력과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산재를 당한 경우 주치의 소견을 받아 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을 하게 되는데, 일부 의사가 사고 경위와 상병 간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소견서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상병명과 치료 기간이 명시된 진단서로도 산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2019년에 제도를 개선했다. 나아가 지난해에 원클릭 산재신청 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는 이를 더욱 고도화했다. 재해노동자가 주치의 소견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공단이 자동으로 병원의 소견서를 입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무상재해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 의견이 재해노동자의 신청내용과 다른 경우 이를 노동자에게 알려 줘 의견진술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사업주 문답서는 공정한 산재 판정을 위한 자료로서 재해조사 진행 중에는 전체를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답서로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갈음하는 경우에는 목격자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재해자가 작성해야 하는 확인서를 쉽게 이해하고 작성할 수 있도록 바꿨다. 예를 들면 근골격계 질병은 중량물 취급 기간과 작업자세 같은 신체부담 요인에 대한 본인 확인이 꼭 필요한데, 조사항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질병별 표준문답서를 개발해 작업자세를 그림으로 설명하고 용어도 우리말로 순화했다.

지난해 공단은 12만4천여건의 산재신청을 처리했는데 85%를 차지하는 업무상사고는 96%가 산재로 인정됐고 평균 처리기간은 15.5일이었다. 하지만 업무상질병은 유해·위험요인 노출 여부와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돼 질병이 발생했는지 등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나 의학적 평가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처리기간이 훨씬 길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같이 산재노동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하고 산재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절차 때문에 처리 기간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 공단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간소화하고, 특별진찰 결과를 반영한 업무상질병 판정 신속처리 절차를 올해 2월에 도입했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부터는 질병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가적인 신속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재가 인정되면 공단은 결정 내용과 판단근거, 지급액과 산정 내역, 요양 기간 등이 담긴 결정통지서를 산재노동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불인정되는 경우에는 추가로 공단이 조사한 재해경위, 관련 법령, 의학적 판단, 불승인 사유를 상세히 알려 드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해노동자 본인의 업무상질병 판정서는 지난해부터는 정보공개청구 절차 없이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열람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산재 인정 이후에는 통지서와 알림톡 같은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이후 절차와 보험급여 청구 방법, 재활서비스 등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산재 인정 이전에 지출한 치료비의 경우 과거에는 여러 병원의 진료비 영수증을 직접 발급받아 공단에 제출해야 했으나 지난해부터 병원에서 산재노동자를 대신해 모든 진료비 영수증을 통합 청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산재노동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등 전국 5천400개소의 산재의료기관을 지정하고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전문재활치료 프로그램을 갖춘 재활인증병원 150개소와 화상전문병원 10개소를 지정해 산재노동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만, 국립암센터나 한국원자력의학원 같은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일부 의료기관은 산재의료기관 지정을 꺼리고 있는데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범죄행위는 산재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경미한 법률 위반까지 불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설령 법률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사고 원인에 일부 기여 또는 경합한 것이라면 산재로 인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 업무처리지침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올해 3월에 시작된 연구용역을 통해 판례와 외국사례를 참고해 합리적인 인정기준을 만드는 중이다.

공단은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는 물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영세중소사업주·무급가족종사자까지 지속적으로 산재보험 보호범위와 보장 범위를 넓혀 왔다. 산재뿐만이 아니라 실업·체불·퇴직·체납과 폐업 등 노동생애와 사업생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버팀목으로서 ‘노동복지허브’라고 쓰고 ‘일하는 모든 국민을 촘촘하고 두텁게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읽는다. 이것은 공단이 26년 동안 걸어온 길이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지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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