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대금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대의원.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은 지난달 26일 창원부품물류센터를 3월31일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황대금(51)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 대의원은 ‘창원물류 폐쇄 철회’를 촉구하며 같은달 29일 창원물류 앞 단식농성에 돌입한 뒤 지난 2일부터 부평공장 본관 앞으로 옮겨 단식 중이다. 단식 13일차인 지난 8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황 대의원이 밝힌 단식 이유는 ‘부채감’과 ‘위기감’으로 요약된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노사 간 협의 창구인 특별노사협의회를 도외시한 채 회사가 일방적으로 폐쇄를 추진하면서 끝내 사업을 철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황 대의원이 소속된 창원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겐 여기에 부채감도 더해졌다. 20년 가까이 “형, 동생”하며 동고동락한 비정규직은 전환배치되는 정규직과 달리 이달 30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전화로 인터뷰한 허원(48) 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해고 날을 앞두고 절박한 출근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비정규직 25명 30일자로 해고 통보

창원물류 폐쇄 논의는 지난해 2월 한국지엠이 제주부품사업소와 창원물류를 정리하고 세종부품물류센터 1곳으로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며 노사는 창원물류·제주부품 폐쇄 관련 논의를 특별노사협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지난해 3월4일 1차 특별노사협의를 시작으로 논의를 이어 오던 노사는 2020년 임금·단체협상에서 구두로 “특별노사협의에서 협의를 지속한다”고 합의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했다.

회사는 2월19일 올해 첫 특별노사협의(10차)를 열고 나서 지난달 10일 제주부품사업소를 폐쇄하겠다고 공문을 통해 알렸다. 11차 특별노사협의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같은달 17일 제주부품이 폐쇄된 데 이어 창원물류도 31일 문을 닫았다.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황 대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임금·단체교섭 때 교섭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을 했어요. 특별노사협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습니다. 임단협 합의도 쉽게 파기한 것을 보면 이미 지난해 초부터 폐쇄에 대한 계획적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요. 회사가 약속을 뒤집으면서 20년 가까이 함께 일한 비정규직 동지들과 저희 일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국지엠은 2년 전 인천물류 폐쇄 당시 “2개의 부품창고(창원·세종)를 운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가 불과 1년 만에 말을 바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부품·창원물류 폐쇄를 추진하며 “세종으로 부품창고를 일원화해야 효율적”이라고 밝힌 것이다. 말 바꾸기와 약속 파기가 거듭되면서 회사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물류 폐쇄 당시 희망퇴직 인원을 제외하고 정규직은 부평2공장 등으로 전환배치됐지만 비정규직은 13명 모두 해고됐다. 창원물류도 마찬가지다. 단기계약직 1명은 이미 계약해지로 해고됐고 사실상 무기계약직이나 다름없었던 25명은 하청업체에서 계약해지 예고 통보서를 받은 상태다. 창원물류에서 입고는 정규직이, 저장은 정규직·비정규직이, 불출은 비정규직이 맡았다.

“한국지엠은 휴일을 제외하면 3일 전에 폐쇄 통보를 한 셈입니다. 월셋방도 이렇게 빼라고 하지는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이렇게 자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글로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울분이 터집니다. 생산성이 낮다거나, 창원물류가 돈이 안 된다거나 하면 체념이라도 할 텐데….” 허원 지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허원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 허원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 <한국지엠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물류 외주화와 정비 외주화로 이어질 것”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품물류센터 매출액은 2015년 6억5천600만달러에서 지난해 4억60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마진율은 11.5%에서 12.3%로 오히려 상승했다. 임대료나 인건비 같은 경상비가 2015년 4천150만달러에서 지난해 2천62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일정 수준의 마진율을 유지하기 위해 경상비를 ‘쥐어짜는’ 구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종물류로 통폐합은 ‘통합’이 아닌 ‘물류 외주화’ 수순이라고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보고 있다. 세종물류에는 정규직 30여명에, 비정규직 11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대금 대의원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천물류 폐쇄 때 연간 20억원가량의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어요. 창원물류의 경우 창원공장 안에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전혀 나가지 않는 데도 폐쇄를 강행했습니다. 조직을 축소하고 물류 자체를 외주하려는 절차로밖에 볼 수 없어요. 외주화하게 되면 (물류센터 수익이) 한국지엠하고는 상관 없는 돈이 돼요. 그러면 이 돈이 어디로 가겠어요? 한국지엠에서 써야 할 돈을 본사가 ‘꿀꺽’하게 되는 겁니다.”

허원 지회장도 “현재 정비사업소의 경우 차량수리만으로는 수익이 발생하기 어렵고 부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같은 식구일 때는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물류가 외주화되면 외주업체에서도 이윤창출을 위해 부품가격을 올릴 수 있고 그러면 정비사업소 수익구조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도 제주부품·창원물류 폐쇄가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급감한) 내수판매 규모에 맞게 (물류센터도)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대의원은 글로벌지엠의 한국지엠 조직축소 전략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군산공장·인천물류 폐쇄, 법인분리, 부평 부품최적화물류센터(LOC) 매각 모두 전부 회사가 생각한 대로 됐습니다. 이번만큼은 밀려선 안 돼요. 창원물류가 존속돼야만, 일터가 살아 남아야만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 고용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 지회장은 이달 말 해고로 투쟁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폐쇄 철회시까지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2002년 입사해 20년 가까이 여기서 일했습니다. 다른 비정규직 동료들도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입니다. 지엠대우 때부터 일했는데 한국지엠이 (우리를) 이렇게 쉽게 내보내는 것에 대해 다들 분노하고 있어요. 창원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500여명의 비정규직도 공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폐쇄 철회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여긴 낭떠러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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