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글을 쓸 때마다 매번 이야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대표이사·원청을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 예가 구의역 김군 사건 형사판결이다(서울동부지법 2018. 6. 8. 선고 2017고단1506 판결). 다만 올해 만들어진 새로운 법은 구의역 김군 사건과 같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잣대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의무 위반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책임자의 관리·감독 책임 위반을 묻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수사실무가 경영책임자를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개선될 점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다. 그리고 수사 개시에 즈음해 안전보건공단의 중대재해조사가 이뤄진다. 중대재해조사 실무를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공단 직원이 ‘재해조사 의견서’를 작성한다. 이 의견서는 조사에 착수하고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작성돼 노동부에 보고된다. 그리고 나서 근로감독관은 이 의견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의견서’를 검찰에 낸다. 검찰은 중간중간에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공소장’을 작성해 기소한다. 정리하면 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는 사고원인에 관한 기술적 분석도 포함돼 있거니와 향후 수사의 방향, 나아가 어떤 혐의로 기소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런 의미에서 중대재해조사 개선 방안을 제시한 최근의 연구를 볼 필요가 있다(김태구외,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 안전보건공단 연구용역). 이 연구에서는 공단이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고, 조사 기간도 지나치게 짧으며, 조사내용도 주로 기술적인 면에만 치중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중대재해 중 압도적 다수가 추락·끼임과 같은 재래식 사고여서 그 기술적 원인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술적인 원인만 조사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달리 말하면 그것만으론 진짜 책임자를 찾기가 어렵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만드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연구에서는 중대재해조사에서 기술적 원인 외에도 “법률 제도 위반, 재해원인 파악, 사회적 환경적 요인, 재해예방 대책 등을 파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 연구소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공단이 재해조사를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공단이 참고인 조사를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사 기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 △기술적 원인 외의 원인도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권역별 중대재해조사팀을 두고 사고조사 방법론을 개선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재해조사 의견서’가 지금처럼 수사자료라는 이유로 전면 비공개할 것이 아니고, 단계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첫 단추인 재해조사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 기술적 원인에만 치중한 조사내용을 근거로 하면 원청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수사나 기소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물론 공단은 기술적인 문제만 자문하고, 수사기관인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검찰이 똑바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가 할지가 본질은 아니고, 어떻게 할지가 본질이다. 다만 필자가 아는 한도에서는 노동부가 ‘어떻게 수사를 잘 할 것인가’에 관해서 공단과 비슷한 주제로 연구했다는 내용은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조사기관인 공단이 개선하든지, 아니면 수사기관인 노동부가 개선하든지, 적어도 위 연구에서 지적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년도 안 남았다. 따라서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서둘러 공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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