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대상판결 : 춘천지방법원 2021. 1. 12. 선고 2019가단51945 판결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피고(근로자)는 2016년 11월1일부터 2018년 2월22일까지 원고(사용자)의 지시를 받으며, 같은 장소에서 변호사시험 기출문제 해설 작업 등을 하던 자였다. 피고는 2019년 2월12일 원고를 상대로 미지급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이행권고 결정이 확정됐다(별건 소송으로 춘천지방법원 2019가소859). 이후 피고는 위 이행권고 결정을 집행권원으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미지급 임금채권 전부를 추심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타채4377).

한편,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원고가 상시근로자 10여명을 사용해 출판업을 운영하면서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사한 피고에게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원고가 초범이고, 체불임금을 모두 청산한 점(당시 피고의 집행에 의해서 추심이 완료됐으므로)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그러나 기소유예 처분이 나자 원고는 피고가 법인에 고용된 것이지 원고가 고용한 것이 아니어서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없고, 1년 이상 같은 곳에서 근무한 것이 아니어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 등을 골자로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피고에 대한 고용주체가 원고인지, 즉 근로자를 3개의 사업장에 걸쳐 돌아가며 고용관계를 유지한 경우 실질적 사용자가 원고인지 여부 ② 원고가 실질적 사용자인 경우 피고에게 미지급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퇴직금 및 지연이자 지급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다.

2.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원고를 피고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했다. 피고가 원고의 지시·감독을 받으며 2016년 11월1일부터 2018년 2월22일까지 계속 근로를 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들에 관한 지급책임이 있고,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은 이유가 없다고 전부 기각했다.각주1) 재판부는 실질적 사용자와 계속 근로 여부를 다음과 같은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인정했다. ① A는 동영상 서비스업체이고, B는 변호사시험 수험교재 등 출판업무, C는 오프라인에서 법학 강의 등을 각 주된 업무분야로 해 각기 사업 분야가 달랐는데, 피고는 위 기간 동안 같은 장소, 같은 사무실에서 변호사시험 기출문제집, 변호사시험 모의고사 해설, 법원행시 문제집 등B에서 출간하는 교재작업만을 담당했을 뿐인 점 ② B·C 모두 원고의 개인 사업체였고, A의 유일한 사내이사가 원고여서 피고의 근로기간 동안 사실상 원고가 세 가지 사업장을 모두 운영한 점 ③ 원고는 피고가 A에서 일하다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C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므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주장했지만 사직서는 이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의 주장과 달리 피고 업무의 내용이 동일했던 점 ④ 피고의 근무시간 체크 및 피고가 수행한 업무내용 보고가 위 기간 모두 같은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진 점 ⑤ 원고는 당시 A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사실상 A를 홀로 운영하고 있었고, B와 C는 원고의 개인 사업체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세 개의 사업체 중 하나를 골라 그 명의로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원고는 ‘B는 C와 같은 회사’라는 내용으로 법학연구원 구인광고를 인터넷에 게시한 바 있고, 위 세 개의 업체 모두 회계·경리 업무는 원고가 팀장 1인의 보조를 받아 처리했을 뿐이며, 위 각 사업체별로 회계·경리 담당자를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⑦ 원고는 피고가 취업성공패키지 이수시 사업장 간의 관련 여부에 “관련 없음”을 체크해 별개 사업체를 인정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먼저 피고에게 취업성공패키지를 이수할 것을 독려했고 이에 피고가 가담해 벌어진 잘못된 행동에 불과하다고 이 법원에서까지 주장하고 있는 점과 고용촉진지원금은 원고가 수령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근로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통해 원고가 피고의 실질적 사용자임이 인정되고, 원고에게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로 1년 이상 근로자인 피고에게 퇴직금을 비롯한 미지급 임금 사항 전부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원고는 미지급 임금 중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 등 각 사항에 관해 다퉜으나 구체적인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은 검찰에서 이미 정리해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이고, 피고가 연장근로수당을 휴가로 대체했다는 주장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합의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지연이자 20%가 과다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이유가 없다는 사유로 모두 배척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3개의 사업체 중 하나를 골라 그 업체 명의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사업장을 돌려가며 고용하는 방식으로 근로기준법 및 관련 법규를 회피하려던 꼼수에 대해 ‘실질적 사용자’성을 확인해 임금 등의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건이다.

위와 같이 사업장을 돌려가며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마치 외관상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해 퇴직금 지급의무까지 면탈하려고 하는 사업장이 공공연히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고용촉진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취업성공패키지 신청을 독려하고 사업장을 바꾸는 방식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개인사업장이 아닌 ‘법인’을 활용하는 경우 실질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에 굉장히 어려워 왔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의 지위가 불안정해 왔고, 정당한 권리를 모두 인정받기에는 어려웠다.

본 사건은 이러한 소위 ‘뺑뺑이 고용’의 사회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인격 부인론, 실질적 사용자 인정 여부, 근로자성, 주휴수당, 계속근로기간 산정여부, 연장근로수당의 근로자대표 합의 여부, 청구이의 사건에서 강제집행 정지를 하지 않은 경우의 후속 처리, 취업성공패키지 활용 문제, 사직서 제출 여부, 임금 등 소송에 부과되는 지연이자 20%의 과중여부 등 다양한 쟁점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총체적으로 다뤄진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체의 명칭만을 바꿨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른 최종적인 임금·퇴직금 지급책임은 실질적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근로의 형태나 방식이 특수한 형태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근로자성이 쉽사리 외면되지 않아야 하고, 실질적 근로관계를 집중 심리해 근로자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향후에도 유사 사건에서 법인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사업체를 변경시켜 가며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인하려는 사건에서 활용될 수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각주>
1) 소송 중 원고는 피고의 추심이 종료돼 각하판결을 피하기 위해 부당이득반환으로 청구취지 및 원인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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