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한국노총에서 열린 공무직노동자 법제화 필요성 및 방향 토론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기준 공무원은 119만5천51명, 공무직은 41만5천602명이다.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 공무원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기관인 중앙행정기관·지방공기업·지방자치단체의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수다. 바꿔 말하면,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공무’를 수행한 노동자 4명 중 1명은 공무직이라는 얘기다.

이들을 부르는 정확한 이름은 없다. 정부가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들을 공무직으로 부르자고 권고한 게 전부다.

공직 제도 이원화로 탄생

실제 신분은 사기업 노동자와 유사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근로계약을 맺고 채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무원과 차별적 신분으로 고착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공무직 노동자 법제화 필요성 및 방향 토론회에서 이를 ‘공직 제도의 이원화’ ‘공무의 민간화’라고 규정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령신분인 공무직을 법제화해 출생신고를 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공무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공무원보다 폭넓은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정상이다. 현실은 아니다. 권 교수는 “공무직의 노동조건은 직업공무원의 노동조건이 아니라 비공식·불안정 노동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며 “이런 현실이 공무직에 대한 법제화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분출하는 공무직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와 결이 같은 이유다. 공무직이라는 권고상 명칭을 벗겨 내면 무기계약직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난다. 임금이 대표적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장도준 한국공공사회산업노조 기획실장은 “기관마다 공무직 임금이 모두 다른 가운데 유일한 공통점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테이블 구성과 미비한 후생복지뿐”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공무직 임금은 동일 기간 근무한 공무원 임금의 평균 56.5% 수준에 그친다.

“공적업무 맡겨 놓고,
직제 배제 자체가 차별”

공무직 법제화 요구는 이런 배경 아래 출발했다. 권오성 교수는 “현행 공무원 관련 법령은 공무직 신분에 관해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공무직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식적인 직제에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공무직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다고 해서 그들이 소속된 조직의 공식적 직제에 배제돼 발생하는 다양한 불안정을 치유하지는 않는다”며 “거칠게 말하면 공무직에게 공적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공무원과 달리 직제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가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는 직제에 포함된 공무원이 할 수 있는데 공무직은 직제에 빠져있으니 해당 업무를 할 수 없어야 정상이다. 현실은 다르다. 많은 공무직이 직제에 없는 ‘유령신분’임에도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하거나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업무를 한다. 위법 소지가 발생한다.

직제에 없으니 처우개선도 힘들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무기계약직(공무직)의 임금을 기본경비나 사업비로 편성하도록 한다. 사업비로 임금을 편성하다 보니 임금수준과 임금테이블을 개선하기 어렵고, 사업 승인 여부에 따라 해고도 가능하다.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무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일시적 지위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장기적으로 차지하는 지위로 사회적 신분”이라며 “관련 법령에 공무직 직제를 마련하고 행정조직 직제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최선,
어렵다면 근기법 개정이라도”

토론회 참가자들이 공무직 법제화 방안으로 우선 제안한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금지하는 차별사유로 고용형태를 명시하면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고용형태에 따른 공무직 차별을 해소할 강력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현실성은 높지 않다. 이 밖에 △근로기준법 6조(균등한 처우)에 차별금지 사유로 고용형태 신설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공무직) 전환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계속 적용 개정 △정부조직법 및 지방자치법에 공무직 근거조항 신설 및 차별금지 명시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토론회를 지켜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더 늦기 전에 공무직 직제를 마련하고 공무직 법제화를 해야 한다”며 “통일된 기준 마련으로 안정된 신분을 부여해 대민서비스에 전념하고 동료로 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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