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무슬림들이 교회당인 모스크를 지으려 했다. 법적 하자가 없어 관청은 허가를 내주었다. 터 닫기에 들어갔는데 한국민 기독교도들이 들고일어나 공사가 중단됐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할랄 식품 공장을 세우려 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나 알코올을 금지한 할랄 식사법을 따른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관광 오는 무슬림이 많아 할랄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한국민 기독교도들의 극렬한 방해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슬림 중 극단과 온건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비이슬람인들을 살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민’ 의견이다.

북한이나 타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단순하다. 우리나라의 인권을 개선하면 결과적으로 북한이나 타국의 인권도 개선된다. 국내의 무슬림이 겪는 차별과 혐오에는 관심 없는 이가 타국 무슬림의 인권을 걱정하는 소리를 들으면 ‘위선’이라 느낀다. 2018년 6천378명, 2019년 4천736명, 2020년 700명. 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미얀마 노동자의 수다. 이들은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미얀마 사태의 실마리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 남한 사는 탈북민, 조선족, 이주노동자를 ‘2등 시민’ 취급하면서 미국 사는 ‘아시아인’을 걱정해봐야 실천과 운동에서 무슨 소용 있겠는가.

각설하고 이 글의 주제인 ‘무슬림 인종말살’ 문제를 살펴보자. 독자들은 중국 신장위구르의 무슬림 인종말살(genocide)에 대해 많은 소식을 들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디서 그 소식을 들었나? 99%는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에 한국 언론들이 제공한 뉴스라 답할 것이다. 한국 언론 가운데 중국공산당의 무슬림을 상대로 한 인종말살 문제를 직접 취재한 곳은 없다. 모두 외신에 의존한다. 말이 좋아 외신이지, 사실 서방의 주류 매체다. 미국과 서유럽의 주류 매체는 중국공산당의 무슬림 인종말살 정보를 어디서 얻을까. 이 질문의 답과 관련해서 아드리안 젠즈(Adrian Zenz)라는 인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 등 서방 언론이 중국공산당의 인종말살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람이다.

아드리안 젠즈는 1974년생으로 독일 국적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에서 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캠프리지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공산주의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들이 운영하는 유럽문화신학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미국의 공산주의피해자기념재단(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VOC)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기독교 ‘중생(重生, 거듭남)파’에 속하는 젠즈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중국 무슬림과 소수민족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젠즈가 속한 공산주의피해자재단은 “공산주의의 사상과 역사와 유산을 미국인들에게 교육한다”는 목적을 갖고 미국 의회법의 승인을 받아 1994년 설립되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공산주의피해자재단의 이사장은 미국 우익들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우익들의 전략가로 활약해온 에드윈 퓰너(Edwin Feulner, 1941년생)다. 공산주의피해자재단 대표인 앤드류 브렘버그(Andrew Bremberg, 1979년생)는 트럼프에 의해 2019년 11월 유엔유럽사무소 미국대표로 임명되어 최근까지 활동했던 자다. 유엔제네바사무소로도 불리는 유엔유럽사무소에는 유엔인권사무소(OHCHR)가 자리 잡고 있다.

공산주의피해자재단은 “베이징과 평양은 물론 (쿠바) 하바나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지정학적 행위자들이 공산당 압제를 비난하고 그 나라 인민들의 자유를 위한 열망을 격려하려는 서방의 능력이 훼손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연합(UN)과 유럽연합은 물론 미국 백악관과 의회까지 외국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공산주의피해자재단은 “반체제인사, 소수민족단체, 인권단체, 정책입안자, 외교관, 언론을 타깃으로 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라는 서방의 유산은 인간을 위한 기회를 전례 없이 만들어냈으며”, 이런 글로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 시장경제, 개인의 자유, 법의 지배”라는 공통의 가치 위에 미국과 유럽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우익들이 반미 성향의 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기획하고 주도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빙자한 군사적 침략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사실 인종말살과 대량학살의 비난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돌려야 한다. 미국 브라운대학교가 운영하는 ‘전쟁의 비용’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침략전쟁과 군사작전에 희생된 사망자는 80만명이 넘는다. 사망자의 42%인 33만5천명이 민간인이었다. 피난민은 3천700만명에 이른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의 인구는 2천만명이 안 되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이 대테러 예산을 들이부은 나라는 85개국에 달한다. 미군이 직간접으로 전투를 벌인 나라가 12개국, 미군이 전투기나 드론으로 공중 폭격으로 여성과 아이를 비롯한 민간인을 살해한 나라가 7개국, 미군이 대테러 군사훈련을 행한 나라가 41개국, 미국 정부가 대테러 교육과정을 돌린 나라가 79개국이다. 대표적 무슬림 국가인 리비아, 시리아, 예멘, 소말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는 지금도 미군이 일상적으로 살상 행위를 자행하면서 엄청난 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미국 정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시리아를 상대로 한 침략전쟁과 군사작전에 6조4천억달러(한화 7천4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이들 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거창한 말은 차치하고 가난한 여자들과 아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한국전쟁과 같은 동족상잔과 참화의 반복을 원치 않는다면, 세계 도처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자행하는 국가가 어디인지를 혼동해선 안 될 것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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