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현대자동차 핵심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 사외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현대모비스 부지에서 일하는 사내협력업체가 아닌 제3의 공장에서 일한 비정규 노동자들을 현대모비스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0일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에 따르면 서울고법 15민사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 26일 현대모비스 수출용 부품 품질검사 협력업체에서 일한 김아무개씨 등 3명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김씨 포함 3명은 현대모비스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수출용 반조립제품(CKD) 부품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이들은 현대모비스와 도급계약을 맺은 또다른 포장전문업체 공장에서 이러한 업무를 수행했다.

재판부는 현대모비스가 이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모비스 품질팀 직원들은 카카오톡 그룹채팅을 개설해 수시로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품질검사 진행 상황, 지시사항 이행 결과 등을 보고 받았다”며 “원고들은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고 현대모비스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실질적으로 현대모비스 사업에 편입돼 일했다”고 판시했다.

현대모비스측은 “원고들이 현대모비스 공장이 아닌 협력업체 공장에서 근무했으므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모비스 사무실이나 공장 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더라도 업무수행 방식이 현대모비스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유기적으로 관련돼 있고 실질적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현대모비스 품질관리업무가 전체 부품수출 사업에서 중요한 업무로서 원청의 관리·감독하에 업무가 이뤄졌다면 사외도급 형태로 운영되더라도 근로자파견이 성립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주된 사업의 일부임에도 사외로 협력업체 사업장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48민사부는 2019년 10월 현대모비스가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고, 김씨 등 3명이 원청 품질팀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원청 사업에 편입됐다는 점을 인정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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