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나의 특별한 노동>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운수·물류 노동자와 청년노동자들이 일하다 겪고 있는,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살피고 대처법을 담았다. 때로는 법·제도 설명과 판례로, 때로는 질의응답으로 궁금증을 풀었다. 노동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라 판단해 콘텐츠를 전재한다.<편집자>

플랫폼 노동의 유형과 특징

21세기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바로 ‘플랫폼 노동’의 출현과 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플랫폼’의 뜻은 기차역에서 타고 내리는 곳이나 강단·연단에 장비 등을 올리는 대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IT기술이 발달하면서 플랫폼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본래 의미와 기본적인 속성은 유사합니다. 기차 플랫폼은 승객이 타고 내리고 환승을 하는 등 승객들과 기차가 만나는 공간이고 내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거기에는 가판을 비롯한 많은 상점이 있고 자판기가 있고 사람이 서로 만나고 먹고 마시고 정보를 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즉 플랫폼은 공통의 활용 요소를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보완적인 파생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제조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의미의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노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노동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소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으로의 전환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납니다. 과거 대표번호나 콜택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택시를 요청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플랫폼이 대신합니다.

대리기사가 필요하면 콜센터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이제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신합니다.

또한 식당에 전화해 음식을 주문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배달해 왔지만, 이제는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와 상품, 소비자의 연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배달노동뿐만 아니라 작가 등 창작활동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플랫폼 노동을 공간·장치·업무수행방식 등에 따라 ‘지역기반형’과 ‘웹기반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지역기반형은 플랫폼 공급자의 앱이라는 온라인을 통해 노동 제공을 요청하고 수락이 이뤄지지만 정작 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일어납니다. 반면 웹기반형은 온라인에서 일을 주문하고 온라인상에서 일이 진행돼 직접적으로 노동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지역기반형이 플랫폼 노동에서 주로 거론되는 영역입니다. 사실상 플랫폼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근로자공급 사업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반면 웹기반형은 일종의 도급계약과 유사하게 일을 맡기고 있습니다. 이용자나 고객이 직접적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지 않습니다.

 

플랫폼 노동 고용형태는 특수고용 노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 대전환에 따라 이같이 다양한 고용과 노동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아직 법·제도는 제대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 대부분이 산재보험 혜택에서 제외되는 등 법적인 보호에서도 외면받고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 노동을 전통적인 노동관계법 및 사회보험체계로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노동은 고용의 비전속성, 수행업무나 서비스의 초단기성, 업무수행 장소 및 시기의 불특정성, 업무나 서비스 선택의 자율성 또는 독립성 등 노동의 매개방식이나 계약 및 법률관계, 노무 제공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전통적인 종속 노동과는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따라서 종속 노동을 전제로 한 근로자성을 기준으로 노동관계법이나 사회보험 등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플랫폼 노동에 적용되는 비율도 매우 낮습니다.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 : 관제 시스템을 통한 지휘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 문제는 특수고용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중 배달노동에 한정해 볼 때 종속노동의 특징인 지휘·명령이 관리자 등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관제시스템’을 통해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① 출근과 퇴근, 업무배당, 강제 배차 등이 첨단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관제시스템을 통해 이뤄집니다.

② 배달노동자(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 동선을 통제합니다. 때로는 ③ 배달하기 어려운 동선을 강제로 배차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추후 배달 배정시 불이익을 주는 등 AI를 활용한 관제시스템을 통한 통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④ 단톡방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지휘·감독·통제(식사·화장실 등) 등은 분명 플랫폼 노동의 근로자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노동위원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인 ‘타다’ 운전기사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이하 민주노총 법률원 보도자료, ‘중앙노동위원회, 타다 드라이버 근로자성 인정’, 2020년 5월29일).

‘타다’ 기사 근로자성 인정 사례

2020년 5월28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타다 드라이버로 근무했던 곽○○이 주식회사 쏘카, VCNC 주식회사, 헤럴드에이치알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부당해고를 인정했습니다(중앙2020부해170).

초심이었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타다 드라이버는 프리랜서이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곽○○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번 판정은 ①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인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점 ② 형식적으로 계약관계를 맺은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타다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한 타다측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타다 기사들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는 타다 드라이버들이 주식회사 쏘카, VCNC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즉 주식회사 쏘카 등이 타다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고, 이들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는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협력업체와 체결한 ①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서에 의해 ‘작업시간’ ‘작업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졌고, ② ‘서비스 이슈’ ‘근무규정’ 등 각종 복무규정에 따라 ‘작업방식’도 구체적으로 정해졌습니다. ③ 심지어 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없어 미리 정한 복장규정에 따라야 했고, 복장을 위반할 경우 강제로 배차가 취소되는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통상적인 도급 또는 위임계약에서는 목적 사업과 그에 필요한 사항만 규정하는 데 반해 타다 기사들은 작업시간·작업내용뿐만 아니라, 복장 등 작업수행 방식에 이르기까지 깨알 같은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또한 ④ 쏘카·VCNC는 타다 드라이버들에 대해 엄격한 출퇴근과 근태관리를 했고, 엄격한 통제·관리 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배차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사전에 만든 근무규정에 따라 운전을 했습니다. 승객의 요청이 없는 한 운행 중 음악을 마음대로 켤 수 없었고, 라디오는 미리 지정된 주파수만 틀 수 있었습니다. 운행경로도 미리 지정된 네비게이션에 따라야 했습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타다 드라이버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쏘카·VCNC가 영위하는 타다 사업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번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은 이를 인정한 것입니다.

 

배달 라이더들의 경우에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다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각 지역센터를 통한 모집과 관리 등의 제반 과정을 고려할 때 지역센터들은 타다의 협력업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참고로 현재 배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면 노조를 조직하거나 설립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며 헌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서 명시돼 있는 법적 보호까지 전면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협약을 통해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는 등 일부에서는 법·제도 개선에 앞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노동법 사각지대를 없애는 보완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모두 법·제도의 강제성이 아닌 노사 자율에 기초한 것으로 법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자율적 협약은 향후 노동법뿐만 아니라 경제법 등 플랫폼 노동과 관려한 법·제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궁금한 사항은 동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02-408-5255)로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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