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58만8천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병원들은 백신 개봉 5일 이내 전 직원에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밤 근무를 마친 후 접종을 하고 쉬지도 못한 채 또 밤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접종 후 통증이 발생해도 진통제를 먹으면서 근무하는 병원 노동자들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심각한 백신 부작용 사례도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인천의 한 병원에서는 건강했던 56세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가 백신 접종 직후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17시간 지난 다음날 새벽 4시께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응급실로 이송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되는 신고 8천520건이 방역당국에 접수됐다. 이 중 100여건은 호흡곤란이나 갑작스런 쇼크 등으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였다. 지금까지 16명이 접종 후 목숨을 잃었다.

보건복지부는 접종 후 3일간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찰해 평소와 다른 신체 반응이 나타날 경우 의사 진료를 받도록 권고한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접종 후 발열 또는 근육통 빈도가 20~30%로 알려지고 있어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병원 간호사 대부분 빡빡한 근무일정 때문에 접종 당일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노동자들에게 발열·오한·몸살·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혹시나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고통 속에서도 타이레놀에 의지한 채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증상과 백신 이상증상이 잘 구분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인데도 백신 접종에 따른 증상으로 판단해 계속 근무할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이제야 백신 접종 후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고용노동부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 유급병가를 보장받는 노동자의 경우 ‘백신 휴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대로 된 취업규칙이 없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나 230만명의 특수고용직들은 또다시 배제될 수 있다. 전 국민 건강검진 제도가 있는데도 생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는 수많은 대리운전 노동자, 택배노동자, 배달노동자들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 김미영 기자

백신 휴가와 상병수당 제도화를 동시에 논의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을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아프면 쉴 권리는 공무원이든, 대기업 노동자든, 프리랜서든 누구나 보장받아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는 데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상병수당은 노동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필요한 사회적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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