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동준 안전보건공단노조 위원장

최근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논의가 산업안전 분야의 뜨거운 감자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언급된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개편이다.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언급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33년간 대한민국의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했던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으로서 필요성에 공감한다. 마침내 새로운 행정조직의 개편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움직임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행정조직 개편이 아니라 산재 감소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 과정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것이 산재예방사업 재편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핵심근거는 조직의 전문성과 효율화다. 기존 고용노동부가 예방과 감독 기능을 관장했으나, 산업안전감독관 700여명 중 50% 이상이 행정직으로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의 기술인력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그동안 기술인력 중심의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해 왔으나, 일부 사업은 노동부 그늘을 못 벗어나 독자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원인을 찾는다면 다시 행정조직 체계 문제점으로 귀결되고 그 대안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 행정조직 개편이 대두됐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키우고자 신설되는 산업안전보건청 조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산업안전감독관 인력(비록 청 신설과 관련해서 충원이 예상되나)만으로 대한민국 모든 산업 현장의 재해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국 단위의 일선 조직과 2천여명의 전문기술(기계·전기·화학·건설·보건 등)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30년 이상 산재예방사업 수행경험(노하우)을 가지고 있는 안전보건공단의 산재예방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지 않고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만으로는 산재 감소 성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설되는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안전보건 감독 기능과 함께 산재예방정책 수립 기능을 전담해 행정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재예방사업에 대한 기획·집행·평가, 그리고 산재예방기금(출연금) 집행·관리뿐만 아니라 민간 산재예방 기관과 협업·관리·평가 등을 총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5명 미만 사업장)를 해소하고 산재예방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독자적인 사업 개발 및 현장 작동성 강화가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안전보건공단에서 수행하는 산재예방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단의 사업 수행 권한을 법령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노동부·안전보건공단·근로복지공단으로 분산된 재해조사 정보를 안전보건공단으로 통합해 산업재해 조사를 확대하고 일원화하는 것이다. 또한 민간재해 예방기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수행 실태 및 능력 평가를 확대해 안전보건 서비스 수준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는 안전한 공공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에서 추진 중인 공공기관 안전관리 수준평가 역시 짧은 기간 내 평가를 마무리 짓기보다는 사업소·발주현장 중심의 현장 작동성 평가를 수시로 확대 실시해 공공기관의 안전경영환경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이 밖에도 산재예방사업을 내실화하는 방안은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산재예방사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청 신설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 현재 산재예방사업 수행 주체인 안전보건공단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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