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일반노조 대학지부 신라대지회가 지난 23일부터 부산 사상구 신라대 총장실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신라대가 청소용역업체에 계약종료를 통보하면서 노동자 51명이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이 대학은 7년 전에도 집단해고를 시도했다가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정치권 중재로 철회한 전력이 있다.

부산일반노조는 24일 오후 부산 사상구 신라대 본부 앞에서 ‘신라대 청소용역 노동자 집단해고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신라대에서 청소업무를 수탁한 용역회사는 지난달 27일 노동자들에게 용역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계약종료일은 28일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23일부터 대학본부 로비와 총장실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신라대의 청소노동자 해고 시도는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이후 신임 총장이 올 때마다 반복됐다. 노동자들은 2012년 6월 노조를 만들어 처우개선과 부당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교수들의 이삿짐을 옮기고 잡초를 뽑는 등의 일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았다. 같은해 9월 총장실 앞에서 8박9일 동안 농성한 끝에 용역업체와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받는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해고 시도는 합의 한 달 후 박태학 총장이 취임한 뒤 시작됐다. 2014년 새롭게 선정된 용역업체는 상여금 삭감, 연차휴가 폐지, 방학기간 단축근무 폐지를 고용승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부당한 근로조건 강요라고 지적한 청소노동자 40명은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 이들은 사범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79일간 농성한 끝에 복직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가 있었다. 노동자 고용과 노동조건을 승계하고, 임금과 노동조건·단체협약상 불이익이 없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맺었다.

그런데 김충석 총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하며 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은 2014년 이후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용역업체에 지난달 27일 계약종료를 알렸다. 신라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가 겹쳐 재정상태가 악화돼 내린 결정으로, 교직원을 동원해 청소 공백을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13년간 신라대에서 일한 정현실 노조 신라대지회장은 “7년 전 악에 받쳐 농성을 같이했던 언니들은 이제 60대가 됐다”며 “고용만은 보장해 달라는 게 그리 과한 요구냐”고 호소했다.

노조는 “우리는 이제껏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고 고용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자들”이라며 “용역업체를 쓰지 않고 직접고용을 하면 비용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