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배달 플랫폼 회사들이 ‘미성년 주류주문으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배달기사가 본인의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계약 내용을 시정하기로 했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가 공정거래위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불공정 계약 문구를 자율 시정하기로 2개 배달기사 대표단체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3개 회사는 우아한청년들·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쿠팡, 2개 배달기사 대표단체는 라이더유니온·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다. 회사는 3월까지 계약을 시정할 예정이다. 기존 배달기사 계약서에는 ‘성인임이 확인되지 않음에도 주류를 배달해 발생하는 책임은 배달기사가 부담하고, 회사에게 법적 문제 발생시 배달기사의 책임과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체들은 배달기사의 책임은 유지하면서도 ‘배달기사가 회사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안전 사고와 관련한 배달기사 면책 의무 문구도 없앤다. 기존 계약서에는 ‘배달기사가 운송수단의 안전 점검을 상시 시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배달기사는 회사에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않고 자신의 부담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업체들은 ‘배달기사 부담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구는 남기고 ‘회사에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한다.

불이익 조치 전 절차도 마련한다. 배달기사의 배송 프로그램(앱) 이용을 제한할 경우 배달기사에게 유선·서면·문자 메시지·앱 등으로 사유를 통지하라는 내용을 신설한 것이다. 배달기사가 받는 기본배달료를 계약서에 명시하라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긴다. 기존 계약서엔 ‘기본배달료 지급 시기 등의 기준은 위탁자와 수탁자가 별도 합의한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었다. 사업장 청소같이 계약 외 업무를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도 신설된다.

배달기사들은 공정거래위의 이번 조치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면책’ 의무 문구 삭제를 두고 “이 말은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입증하면 책임을 안 질 수 있다’는 것인데 면책 조항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계약서에 배달기사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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