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방과후 봉사자) 348명을 공무직인 방과후학교실무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잠정연기하면서 노동자 고용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19일 노동계와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1년 단위 위촉 계약을 맺어 온 방과후 봉사자 전원은 2월28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자칫하면 공무직 전환도, 재계약도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공무직 전환이 이른바 공정성 논란에 발목 잡히면서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예산이 공중에 떠버렸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예산 사라졌는데 공무직 전환도 위기

2020년도 경상남도교육비특별회계 예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지원 예산은 공립·사립초등학교를 포함해 21억6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에는 공무직 전환을 계획하면서 방과후 봉사자가 아닌 방과후학교실무사 예산으로 편성했다.

그런데 공무직으로의 전환이 무산되면 책정된 예산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노동자 급여를 지급할 돈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려면 경남도의회가 공무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편성한 예산을 수정하거나 예산을 전용해야 한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4일 개별학교에는 (공무직 전환을 감안해) 자원봉사자를 위촉하지 마라는 공문이 이미 나간 상태로, 2월28일이 지나면 (방과후 봉사자들의) 계약이 종료돼 일을 못할 수 있다”며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방과후 봉사자의 공무직 전환계획을 밝혔다가 일부 반대여론에 부딪혔다. 교육청 공무직 준비생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달 24일 온라인상에서 “청년의 취업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5일 “무시험·무경쟁의 명백한 특혜채용”이라고 비판 성명을 냈고, 경남도교육청 공무원노조·경남교총·경남교사노조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결국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면접시험을 연기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 적합한 방안을 찾겠다고 발표했다.

방과후 봉사자로 일하던 노동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경남 방과후 봉사자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네티즌은 15일 SNS에서 “4년 동안 해 왔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제 밤 잠을 설쳤다”고 호소했다.

“공무직 전환은 비정상의 정상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는 “2009년 당시 방과후학교 학부모 코디네이터(현 방과후 봉사자)는 주 20시간 계약으로 채용됐다가 2014년 (학교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되던 시기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로 강제 전환시켜 무기계약직 전환이 제외됐다”며 “이후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로 바뀐 명칭 탓에 2018년에도 전환이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공무직 전환은 뒤늦은 정상화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14년 1년 이상 상시지속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방과후 전담사 136명을 무기계약직(주 20시간 근무)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2015년 완료했다. 전라북도교육청도 2018년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로 불리던 비정규직 155명을 방과후학교행정실무사(주 15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경남교육청 방과후 봉사자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가 ‘채용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 탓이 크다. 경남교육청은 주 14시간 초단시간 노동자인 방과후 봉사자가 공무직으로 전환하면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전일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업무과 함께 일부 교무행정업무를 함께 맡길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공무직 준비생들 사이에서 공무직 직군의 일종인 교무행정실무사와 하는 일이 중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본부는 “혹시라도 취업 길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은 이해한다”면서도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만드는 취업시험에 매달리라고 개인을 채찍질할 것이 아니라 어디서 일하든 고용만큼은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일자리 양극화를 없애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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