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새해에는 보험설계사 최초 단체협약 체결과 완전한 보험설계사 산재·고용보험 가입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오세중(51·사진)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이 밝힌 지부의 올해 사업방향이다. 지부가 지난해 12월31일 설립신고증을 받았으니 법내노조로서는 첫 사업인 셈이다. 법내노조로 노동 3권을 보장받았지만 앞으로 사용자와의 교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부도 처음 단체교섭을 준비하면서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 법률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산재·고용보험 가입범위 확대도 현안이다.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를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엄격히 제한된다. 고용보험에 당연가입시키는 법도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제 가입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현재로서는 보험설계사 가운데 일부인 개인사업자형 보험설계사는 가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오 지부장은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 가입요소가 되지 않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협 준비와 산재·고용보험 가입 확대에 신경을 곤두세운 오 지부장을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만연한 보험설계사 부당해촉 문제에 매진

- 세밑에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교부 이전부터 해 온 보험설계사 부당해촉 건 대응이 현안이다. 부당해촉을 당한 보험설계사가 여전히 1인 시위 등을 하고 있는데 법내노조가 됐다고 해서 이게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더욱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지부가 힘을 내려면 조합원 가입이 늘고 그들의 총의를 모아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보험설계사는 여전히 노조활동을 하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법내노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법내노조가 돼 조합원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 보험설계사의 노조설립 시도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이 시작이다. 전국보험모집인노조가 있었다. 설립신고를 했는데 반려됐다.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 패소했다. 이후 법외노조로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보험설계사지부의 전신은 2017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보험인협회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전국보험모집인노조와 합쳐 지금의 보험설계사지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사무금융연맹에 가입하면서 보험설계사노조였는데 연맹이 노조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지부로 전환했다.”

- 설립 이후 바로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기대감이 없었다. 당시 분위기상 특수고용직이 노조설립을 신고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확실했다. 민주노총에 특수고용직 대표자회의라는 기구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그 시기에 개별적으로 신고를 해도 반려 당할 가능성이 크므로 시기를 봐서 한꺼번에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 대리운전노조와 방과후강사노조가 설립신고를 했고, 그보다 앞서 학습지교사노조가 대법원 판결 뒤 설립신고증을 받으면서 지부도 신고했다. 2019년 9월이다.”

보험설계사 착취 구조, 단협으로 제동건다

- 설립 이후 목표는 뭔가.
“단체협약 체결이다. 앞서는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노동 3권을 보장받았으니 보험사를 상대로 요구할 계획이다. 아직 어느 보험사에 교섭을 시도할지는 정하지 않았고 단체협약과 교섭 실무 등을 공부하고 있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안을 요구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어 사무금융노조 법률원의 자문을 받고 있다.“

-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단체교섭권이 있다고 해서 단협을 반드시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권이 있지 않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해도 단협 체결은 각 사업장의 문제라 정부가 비판을 받을 일이 없다. 따라서 부담 없이 (설립신고증을) 내주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다.”

- 단협으로 해결하려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부당해촉 문제 해소다. 보험업계에는 보험설계사 부당해촉 문제가 만연해 있다. 위촉계약이라 부담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별다른 사유도 없고 관리자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해촉되는 경우도 잦다. 사실 대부분의 부당해촉 문제 발생의 배경은 관리자의 갑질이다. 출퇴근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다고 꼬투리 잡아 해촉한다. 영업실적 압박은 당연한 상황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동료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채가려는 시도를 발각해 문제제기를 했더니 영업분위기를 해친다며 해촉당하기도 했다.”

- 부당해촉을 방지할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가.
“없다. 법적으로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 책임을 진다. 그러나 앞선 여러 건의 부당해촉 사건에 대한 민원을 금감원에 제기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형편없었다. 향후 보험사에 대해 관리감독에 나설 때 보험설계사의 부당해촉이나 관리자 갑질도 살펴보겠다는 수준이다. 언제 관리감독에 나서냐고 물었더니 ‘아직 예정이 없다’고 하더라. 손 놓은 셈이다. 그래서 단협을 체결하려고 한다. 부당해촉을 방지하는 조항을 만들고 보험설계사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보험설계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험설계사에게 부당해촉은 일자리를 잃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일종의 임금체불이다.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다. 이 수수료를 보험사는 3년여에 걸쳐 나눠서 지급한다. 그러나 만약 1년 혹은 2년 등 수수료를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해촉을 당하면 나머지 수수료는 받지 못한다. 이를 보험업계에서는 ‘잔여 수수료’라고 부른다. 오 위원장은 “잔여 수수료가 보험사 사업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단협으로 부당해촉을 막아내면 이런 임금체불 문제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산재·고용보험 확대, 개인사업자형 보험설계사도 포함해야”

- 산재·고용보험 확대가 도움이 될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보험설계사가 스스로 노동자라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앞서는 사용자가 하도 자영업자·개인사업자라고 강조해 보험설계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특수고용직 지원금을 비롯해 고용보험 확대 등으로 특수고용직도 노동자라는 인식이 커졌다.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행위에 대한 부당함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 산재·고용보험 가입범위에 누락하는 보험설계사 문제도 있는데.
“개인사업자형 보험설계사다. 일반 보험설계사와 똑같은 일을 하는데 이들은 특별히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는 유형이다. 왜 이런 유형의 보험설계사가 발생했는지는 역사가 오래 돼 뚜렷이 밝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당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재·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대통령령에서 이들을 당연가입 범위에 포함할지 아직 미지수다. 관계당국은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현장에서는 이들과 일반 보험설계사 간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본다. 게다가 화물노동자 등은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어도 산재·고용보험 가입 범위에 들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인사업자등록증 소지 여부를 갖고 이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대통령령 마련 논의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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