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정부가 직무급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대화할 의미가 없습니다. 투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류기섭(52·사진) 공공연맹 위원장의 말은 단호했다. 강한 공공연맹을 기치로 지난달 14일 7대 임원선거에서 당선한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공공기관위원회 출범에 앞서 정부의 일방통행에 견제구를 던지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1월 재개를 앞둔 공무직위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류 위원장이 마주한 올해 노동현안은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문제를 알리기도 녹록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대면집회나 기자회견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점에서 임기를 시작한 류 위원장을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연맹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하나 된 강한 연맹으로 거듭날 것”

- 당선을 축하한다. 당선 소감과 새해 기대를 함께 들려 달라.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 최근 임기를 시작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공공부문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걸 다시 깨닫고 있다. 어깨가 무겁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선거 당시 외쳤던 하나 된 연맹, 강한 노조라는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 올해 연맹은 함께 뭉쳐 강한 연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조활동 하기 어려운 시절이 됐다.
“제약이 크다. 노조는 대외적으로 주장을 알리고 관철하기 위해 집회나 기자회견 등 대면행사를 한다. 대내적으로는 조합원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을 해 왔다. 노조의 기본적인 이런 활동은 대면 없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창궐로 이런 부분에 제약이 컸다. 시급한 사안을 논의하려 해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감염병 예방 필요성에 이견 여지는 없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 염두에 두는 대안이 있는지.
“온라인 활동 강화다. 하나 된 연맹을 위해서는 연맹 구성원이 목표를 공유하고 비전과 전략을 통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온라인 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대면교육이나 워크숍이 불가능하니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책자도 만들고 보급하는 등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해 보려고 한다.”

“통계조사·구직 알선 같은 대면 서비스 타격”

- 코로나19로 공공부문 노동환경은 얼마나 영향을 받았나.
“어려움이 크다. 정한 목표나 계획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은 부지기수다. 인천국제공항과 한국마사회·한국잡월드쪽 노동자는 경영 어려움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한국경륜선수노조처럼 신생노조도 이런 어려움 때문에 만들어졌다. 대면업무가 꼭 필요한 영역은 비대면업무 방식을 개발해도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대표적인 게 통계청의 통계조사원 업무와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노동자다. 구직자와 대면면담을 하고 적합한 직업훈련이나 고용기관을 연결해 줘야 하는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온라인으로 구인구직 업무를 대신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정부가 예산을 쏟아 진행하는 고용서비스를 온라인 직업알선 수준으로 시행한다면 인터넷 구인구직포털과 다를 게 없지 않나. 이런 어려움을 여러 곳에서 호소하고 있다.”

- 노동계는 경영평가 부담 완화를 요구했는데.
“그렇다. 지난해 노동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정부에 기관별 목표치를 하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평가 과정에서만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9년 세운 목표치대로 평가를 하는 셈이다. 정부가 말한 ‘보정’이 어느 수준일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일선 기관과 노동자는 코로나19의 감염 위험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 목표치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정부가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한 노동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깜깜이 안정등급제, 노동계 참여해야”

- 안전등급제로 올해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맞다. 올해 안전등급제 본사업이 시행된다. 우려가 크다. 안전등급제 도입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할지 완전히 ‘깜깜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64곳을 대상으로 안전등급제 시범사업을 실시했는데 결과를 정부만 알고 있다. 일하는 곳이 안전한지는 실제 일하는 사람인 노동자와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정부만 참여했다는 것을 용인하더라도, 시범사업 결과와 본사업 방향은 당연히 노동계와 협의해야 한다. 안전등급제가 효과를 내려면 다양한 부대조치를 함께 해야 하는데 이런 논의도 실종했다. 이를테면 안전사고 발생 대응 매뉴얼과 사후조치 사항을 손보거나 만들어야 한다. 평가업무와 관련한 기관별 부담이 가중하는 문제도 배려가 필요한데 도통 진행상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 지적처럼 각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노동자가 배제된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결국 노동이사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의 오랜 주장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데 시행이 너무 더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도입하기도 하는데 공약을 내건 중앙정부 차원의 접근은 너무 늦다. 노동이사가 한두 명 들어간다고 해서 공공기관의 경영을 좌지우지하거나 전횡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경영에 노동의 관점을 투영하고 견제와 감시를 하는 수준의 역할이다.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면 오히려 ‘뭔가 뒤가 구린 것 아니냐’는 의심에 직면하게 된다.”

-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올해 4월 2기 공공기관위를 출범한다.
“2기 공공기관위에서는 임금체계 논의가 주를 이룰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연공급 임금체계가 불합리하다며 직무급 도입을 주장한다. 청년고용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직무급 임금체계 개선을 단순히 연공급 임금체계를 깨부수는 용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임금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면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정부도 노동자의 생애임금 저하가 없도록 하고,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제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유연한 태도가 절실하다. 만약 정부가 여전히 차별임금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직무급제를 강요한다면 단호하게 막아 낼 수밖에 없다.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 정기훈 기자

 

“연맹 내 공무직 대응 정책기능 확대 전망”

- 이달 재개하는 공무직위는 어떻게 보나.
“재개하는 것은 환영한다. 지난해 공무직위 운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공무직위 출범 당시 기대가 커 더욱 그랬다. 현재 공무직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관행이 여전하고, 기관에 따른 임금격차는 크다. 정부는 공무직이라는 기형적인 직군을 만들어 놓고 이런 문제를 반성 없이 방치하고 있다. 직무유기다. 일선 기관에서는 공무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정부청사를 출입할 때마다 출입증을 받게 하는 게 정상인가. 공무직이 겪는 그런 상실감과 차별의 상처가 크다. 공무직위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턱도 없었다. 차별을 해소하고 공무직위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무직을 위한 연맹 내 정책기획단 출범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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