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원 이랜드 고용안정 쟁취 공동대책위 사무국장

2020년은 이랜드그룹 40주년이었다. 이대 골목에서 잉글랜드라는 작은 보세 옷가게로 시작한 이랜드는 재계 순위 50위권 안으로 성장했다. 성공 신화의 주역인 노동자들에게 포상과 격려를 해야 할 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상 경영체제, 부족한 인력, 비용 절감, 무급휴직, 법인 분리를 통한 외주화까지 이랜드 노동자들은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져있다.

지난해 노조와 회사는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경영악화를 우려해 임금 동결을 전제로 고용안정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무급휴직·법인 분리 외주화를 강행하며 협약을 파기했다.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사내벤처회사를 설립해 최근 5개 점포를 매각하는 등 저강도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이랜드의 외주화와 구조조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이랜드 총수에 대한 배당이 과도하다. 이랜드리테일은 연 매출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5년 연속 2천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다. 사실상 가족 기업인 이랜드는 영업이익에 비해 과도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과 금융비용 부담 같은 근본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둘째, 법인 분리를 통한 일방적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 법인 분리 외주화는 노조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킴스클럽 5개점 외주화는 지난해 9월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직원설명회에서는 선별적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위로금을 주겠다면서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이랜드리테일과 계약한 영업권 10년을 약속하며 마치 고용안정 10년을 보장한 것처럼 포장했다. 이러한 유혹으로 직원들에게 퇴사를 독려하고 외주화한 법인 입사를 유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 약속이 이후 얼마 동안이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셋째, 골목상권을 침탈하고 있다.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분리된 법인의 대표가 직원들에게 입사를 독려하며 “대기업 유통의 규제를 피해 지역 식자재 마트에 진출하고 이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골목상권 진출 계획을 제시했다고 한다.

회사가 진행하는 법인 분리는 위장계열사를 통한 신구조조정일뿐 아니라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달 14일 “이랜드는 골목상권 진출을 중단하고 대기업의 책무를 다 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히려 노조가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넷째, 법인 분리·일감 몰아주기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의심된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위반 혐의로 1억8천억원의 벌금을 받았으며 사익편취 대상 기업으로 감시를 받고 있다. 2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회사에 연 매출 750억원 규모인 5개 킴스클럽을 매각하고 법인을 분리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지난 기간 이랜드의 경영은 많은 사회적 논란을 만들었다. 시절이 지났음에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는 경영방식은 그대로다. 뉴코아노조와 이랜드노조가 함께 고용안정 쟁취 공대위를 꾸리고 함께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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