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다239984 판결

1. 사실

이 사건은 서울시 버스사업장인 영신여객자동차㈜ 소속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것이다. 2012년 소를 제기할 당시에는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했다. 그 뒤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재직자 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가 원심에서부터 주되게 다퉈졌고, 상고심에서도 원고들의 상고이유서와 피고의 답변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두어 줄로 판시해 원고들 상고를 기각했다. 재직자 조건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법리는 설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평석하기 어렵게 됐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원고들의 또 다른 상고이유인 연장근로수당 청구와 관련된 월 단위 상계약정의 효력 여부를 주되게 판시했다.

이 사건 당시 피고 영신여객자동차㈜(이하 ‘피고’ 또는 ‘피고 회사’라 함)는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서울시버스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버스 운전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그 협약에는 연장근로(수당)에 관해 월 단위로 상계해 지급하는 규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월 단위 상계약정을 살펴보자.

단체협약에서 운전노동자에 관해 “1일 2교대제로 하고, 주 40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되, “격주 5시간 내외에서 연장근로”를 하도록 근무제도를 정하고 있었다(11조). 그에 따라 수행하게 되는 “연장근무일 근로는 격주 5시간 내외의 연장근로를” 하되, 그 “연장근무일의 근로시간이 5시간에 미달되거나 초과되는 경우 월 단위로 상계”하도록 단체협약에서 연장근로(시간)에 관해 규정하고 있었다(11조의3). 임금협정에서는 “주간 5일은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하면서 그 근로시간을 보장하면서, 이 “9시간에 미달되거나 초과되는 근로시간분은 일 단위로 계산하지 아니하고 월 단위로 상계”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2조). 그런데 월간 실제 근로시간이 위와 같이 연장근로로 보장한 근로시간(이하 ‘보장시간’이라 함)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했다.

2. 주장

위와 같은 월 단위 상계약정에 따라 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이 법적 기준에 미달해 지급된 것이라서 추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었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법정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니(50조·53조·56조), 비록 월 단위 상계약정을 통해서 월 단위로는 실제 한 연장근로(시간) 보다 더 많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했더라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는 연장근로로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아니한 월 단위 상계약정은 근로기준법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원심에서 원고들 대리인으로서 이렇게 주장했음에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반복해서 주장하게 됐다.

이에 대해 피고는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이라서 유효한 것이고, 보장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월 단위로 보면 원고들이 실제로 한 연장근로(시간) 보다 더 많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3. 판단

대법원은 월 단위 상계약정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지급이 “임금 산정의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인지 또는 연장근로시간인지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근로시간만을 단순 비교해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한 결과 실제 연장근로시간 중 소정근로시간과 중첩돼 상쇄되는 부분이 발생하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시급에 해당하는 금액만이 임금으로 산정되므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56조1항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비록 “단체협약 등에서 야간근로수당과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보다 근로자를 유리하게 대우했다고 볼 수 있고, 월 단위로 합산한 실제 근로시간이 근무일수에 따라 계산한 이 사건 보장시간의 월간 합계에 미치지 않는 달에도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보장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모두 지급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연장근로수당에 관한 이 사건 월 단위 상계약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월 단위 상계약정에 따라 산정한 연장근로수당이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그 한도에서” 위법·무효라고 판결했다.

4. 평가

이 대법원 판결은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정한 월 단위 상계규정 자체가 위법·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월 단위 상계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고, 이것이 상고이유서에서 밝힌 원고들의 주장이었다.

우리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 권리로서 근로시간을 살피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까지 소정근로(시간)인 양 포함한 근무 제도에 관해 노사합의 등을 통해 도입해 운영되고 있다. 장시간 근로를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해서 권리주장을 하는 것도 찾기 어렵다. 이러하기에 월 단위 상계약정이 단체협약으로 체결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지급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월 단위 상계약정은 노동자 권리로 파악해 노조가 사용자와 합의해 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근로시간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경우 그것은 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에 관한 노동자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50조의 법정근로시간제, 이를 당사자 합의로 1주 12시간 연장해 할 수 있도록 한 53조 연장근로제도, 그리고 이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토록 한 연장근로수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근로시간제에 대한 예외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적 예외가 아닌데도 1일 8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에 반한다고 봐야 한다. 바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월 단위 상계약정의 효력 문제를 살피면서 이에 관한 법리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장차 우리 법원이 이번 판결의 법리 확장을 통해 이 나라 노동현장에서 포괄임금제처럼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들에 대한 법리적 재검토를 시작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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