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가 지난해 12월3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인생활지원사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연대노조>

지난해 노인생활지원사로 일했던 A씨는 올해부터는 일할 수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지역 내에 있는 모든 복지센터에서 채용이 거부됐다. A씨는 지난해 여름 폭염·폭우 때 어르신들이 쓰러지지는 않았는지, 집이 침수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어르신들의 집까지 찾아갔다. 한 어르신의 요청에 99제곱미터(30평)가 넘는 아파트를 청소하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날시 노인생활지원사들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말해 달라고 복지센터에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는 “지역에서 소문이 돌아 찍힌 것 같다”며 “당분간 실업급여로만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치추적 앱 사용 거부했다가 재계약 실패

노인생활지원사가 위탁기관에 밉보여 계약이 만료되는 것은 A씨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3일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경기도 수원시·전라북도 순창군에서 각각 1명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생활지원사 특화교육을 요구하고 센터 직원의 명령조 소통 방식에 문제제기했다가 “찍혔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8명이, 광주광역시 북구의 경우는 1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모두 공공연대노조 조합원이었다.

경북 울진군에서는 맞춤광장 앱을 사용하지 않은 노인생활지원사 1명이 재계약에 실패했다. 맞춤광장 앱은 노인생활지원사의 근태관리 앱으로 위치 추적 기능이 있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다. 해고된 노인생활지원사는 울진군 노인생활지원사 중 유일하게 맞춤광장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앱 사용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위탁기관이 근태관리 편의성 때문에 노인생활지원사에게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 늘어나는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해야”

노인생활지원사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노인돌봄서비스는 민간기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노인생활지원사는 위탁기관에서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안내’에 따르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은 다음연도 계약이 가능하지만, 계속 고용기간이 2년을 넘기더라도 무기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근거다.

노동계는 앞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노인생활지원사 업무는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적인 업무라고 주장한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중단될 수 없는 사업이며, 한국 사회 고령인구가 늘어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한다는 이유다. 노인복지법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해 방문요양과 돌봄 같은 서비스와 안전확인 등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업 대상자를 45만명에서 50만명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정부는 노인생활지원사를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공공연대노조는 “정부가 노인생활지원사 해고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 재계약 탈락을 철회하고, 사업안내서에 고용승계와 고용유지를 정확하게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필수노동자의 지위에 걸맞게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고, 국가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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