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0. 11. 24. 선고 2020나2007284 판결

1. 사건의 개요

(1) 고려대학교의료원은 2013년 8월14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가지는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이하 ‘원고 지부’)와 근로기준법 59조 규정에 따라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인정해 법정연장근로 제한시간인 주당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합의(이하 ‘이 사건 특례합의’)를 했다.

(2) 원고 지부는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른 서면합의임과 동시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하므로 2년의 유효기간이 경과해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3) 반면, 사용자인 고려대의료원은 근로기준법상 특례합의와 노조법상 단체협약은 구별되고, 유효기간 상한이 2년으로 법정돼 있는 단체협약과 달리 이 사건 특례합의는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하게 해지되기 전까지는 계속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특례합의가 단체협약으로서 유효기간 상한 2년을 경과해 무효라고 판결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단체협약은 노조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 절차를 거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둘째, 이 사건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원고 지부와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시간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해 쌍방이 날인한 것이므로, 노조법이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

셋째, 노조법 32조2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에서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유효기간은 2년이 상한이다. (그런데 단체협약에도 해당하는) 이 사건 특례합의는 그 유효기간에 대해 정함이 없으므로 체결일인 2013년 8월14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5년 8월14일 유효기간 만료로 효력을 상실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1) 근로기준법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53조1항),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54조1항). 그런데 근로기준법 59조1항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및 보건업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53조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 이처럼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합의는 법정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한도, 휴게시간을 변경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임에도 법에서는 그 유효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특례합의의 유효기간을 둘러싸고 항상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3) 대상판결은 ① 노조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서 작성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합의는 노조법에서 정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는 점, ② 따라서 특례합의에서 별도로 유효기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2년으로 정한 노조법 32조2항이 적용돼 특례합의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대상판결에서 인용한 것처럼 단체협약은 노조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해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정식의 단체교섭절차가 아닌 노사협의회의를 거쳐 성립된 합의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해 노조와 사용자 쌍방의 대표자가 서명날인한 경우에도 단체협약으로 봐야 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5) 따라서 아래 <표1>과 같이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회의 결과가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합의를 문서화한 이상 단체협약에 해당한다면, 같은 논리로 근로기준법상 특례합의도 노사 간에 근로조건에 관한 합의인 이상 단체협약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의 요건·의미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특례합의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 주고 있다.

4. 남은 과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협의, 근로시간제 서면합의 등 노동관계법의 30여개 영역에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는 법적 주체다.

이처럼 근로자대표의 권한은 폭넓고 막강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에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및 방법, 그 지위 및 권한 범위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상판결에 의하더라도 근로자대표로서 노조가 작성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합의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제한되지만, 노조가 없는 절대다수 미조직 사업장에서 작성된 특례합의의 유효기간은 여전히 입법공백 상태에 있다.

따라서 차제에 ①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및 방법, ② 근로자대표가 작성한 서면합의에 대한 인준투표 제도, ③ 비노조 근로자대표가 작성한 서면합의의 유효기간(노조가 근로자대표인 경우 대상판결로 2년의 유효기간 상한이 확인됐으므로 2년으로 동일하게 맞출 필요 있음) 등을 명시해 근로자대표 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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