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근 포스코 광양공장·포항공장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해당 사업장들은 이미 이전부터 사망사고를 비롯한 공장 내 빈번한 사고로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수 차례 받아 왔다.

노동부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근절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특별근로감독 혹은 그에 준하는 감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그리고 감독을 마치면 해당 사업장에 대해서 “법 위반에 수백 건에 대해서 사법처리하고, 과태료 수억 원을 부과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그 후 안전보건진단 명령을 통해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결과를 공식처럼 진행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조치를 완료했다는 법 위반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법 위반 상태로 돌아가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중대재해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감독의 공정성과 효용성을 높이려면 현장 노동자들이 감독에 참여하고 개선계획 이행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지방노동청과 광주지방노동청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이 감독에 참여했고, 포항노동지청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

Ctrl+c, Ctrl+v 감독과 대책

한국타이어의 경우 2017년 법 위반으로 지적돼 개선을 완료했다는 비상정지장치·회전설비에 대한 안전덮개·방호울 미설치, 안전교육 미시행 등이 2020년 특별근로감독에서도 적발됐다.

대전노동청은 이달 22일 ‘한국타이어의 안전보건 관리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안전관리자 증원, 안전작업절차 마련, 설비별 안전장치 표준화, 센서 등 방호조치가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체계 마련, 노동부 전담조직반 강화’를 대책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책은 이미 2017년 사망사고로 전면 작업중지를 내리고 감독한 뒤에 발표한 내용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중대재해와 노동자의 죽음에 노동부 감독행정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대책 없는 대책으로 한국타이어는 2017년에 비해 2019년 중경상의 사고 발생률이 2배나 올랐으며, 또다시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반복했다.

기존 감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없이 특별근로감독이 형식적 감독으로 진행됐다는 현장의 비판을 받는 이유다.

특별근로감독에 노동자 참여 보장해야

감독에 임하는 근로감독관·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은 해당 사업장에 계속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업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감독은 법 위반 적발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까지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를 특별근로감독과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소 잃고 고친 외양간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독에서부터 노동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외부적 요인보다 노동자 참여를 통한 산재발생 감소가 9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감독에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참여의 폭을 넓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대표 참여만 보장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 회사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하에서 다양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한하거나 막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특별근로감독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전보건진단 명령을 통해서 사업장의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단기관을 민간기업으로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공단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사가 추천하는 전문가 혹은 기관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특별근로감독·안전보건진단을 통해서 드러난 문제를 개선하고 이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동등한 위치에서 참여와 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배제하거나 다수에 의해서 침묵과 묵인을 강요하는 구조를 바꿔야 실질적인 이행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위험하고 건강하지 못한 작업환경은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회사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감독 결과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온전하게 조속히 제정돼야 반복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산재피해자 유가족들이 곡기까지 끊으면서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는 일터와 사회에서 억울하게 죽는 노동자와 시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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