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은 차갑고 험난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4박5일 동안 진행한 오체투지 중 마지막 날 이야기다.

공동투쟁의 오체투지 마지막 날인 14일은 올겨울 들어 날씨가 가장 차가웠다. 서울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을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공동투쟁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시내에서 오체투지를 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온몸을 바닥에 붙이고 엎드리는 고행이다. 행사 제목은 ‘용균이가 엄마에게 가는 길’이었다. 오체투지단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며 출발해, 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 중인 김미숙씨를 만나며 행진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다. 김미숙씨는 태안 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다. 오체투지단은 직접 오체투지를 하는 4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국회 100미터 앞, 막아선 경찰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사유”

오체투지 마지막 날인 이날은 오전 9시30분 마포역에서 출발해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남단을 지나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해 오후 1시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4박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은 오후 5시가 돼도 열리지 못했다.

서강대교 남단을 지나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맞은편 인도에 도착해 국회 방면으로 가려는 9명의 오체투지단을 경찰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국회의사당 경계 지점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댔다. 경찰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도 위반되는 시위라고 경고했다. 공동투쟁 관계자는 “경찰은 집시법이 ‘개악’된 것을 근거로 막았는데 국회의사당도 아니고 국회 테두리를 기준으로 100미터 경계를 잡아 과도하게 해석했다고 본다”며 “오체투지단은 서울시 지침에 따라 9명밖에 안 나왔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유로 경찰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공동투쟁단 “유족들 단식 오래 못 견뎌 … 빨리 제정돼야”

흰옷을 입은 대여섯 명의 오체투지 참여 노동자들은 경찰의 방패 앞 아스팔트에 온몸을 대고 엎드린 채 경찰과 대치했다. 하루 중 그나마 가장 따뜻한 정오께였지만 한 시간만 서 있어도 손발이 꽁꽁 어는 날씨였다. 오체투지 노동자들 앞뒤로 서로 다른 주장의 목소리들이 스피커를 통해 오고 갔다. 오체투지단 앞쪽 경찰 뒤편에선 “집시법에 따라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이제 그만 집회를 종료해 달라”는 경찰의 경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오체투지 노동자 뒤쪽에서도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또 하나의 기업살인을 방조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오체투지 노동자가 방패를 뚫고 누워서 30센티미터라도 전진하려고 하면 경찰과 노동자측은 모두 긴장감으로 술렁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한 경찰이 “우리 경력들, 일부러 방패 걸리고 머리 넣고 그런 모습들 연출하는 모습 잘 채증하라”라고 외치자, 바닥에 누워 있던 한 노동자가 벌떡 일어서서 “내가 연출했다고? 모욕죄야”라며 항의했다. 공동행동측은 “감염병예방법을 운운하고 있지만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도리어 경찰”이라며 “경찰 수십명이 고작 9명의 오체투지 행진단을 에워쌌다”고 주장했다. 오체투지단은 오후 5시15분께가 돼서야 오체투지를 풀고 인도를 걸어 오후 5시40분께 국회 앞에 도착해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로 4일째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과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곡기를 끊었다. 이날로 8일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됐다. 중대재해기본처벌법은 산업현장과 다중이용시설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있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과 관련된 내용의 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임시국회 회기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투쟁 관계자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시민들과 마음을 모을 것”이라며 “그런데 유족은 단식을 해 본 것도 아니고 아들을 잃고 심리적으로도 안 좋은 만큼 길어지면 좋지 않다. 가능한 빠른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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