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처리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1건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중 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유력하게 검토될 법안은 정부안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다. 7일 <매일노동뉴스>는 8일 노동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두 개정안의 내용을 분석했다.

“각종 단서조항에 취지 무색해진 정부안”

정부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실업자·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한 부분이다. ILO가 문제 삼은 부분도 결사의 자유 보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조법 2조4호 라목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을 도모했다. 노조법 2조4호 라목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단서조항은 ‘해고자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막는 족쇄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라거나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때는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대한 사업장 내부 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같은 단서가 달려 노동계 반발을 샀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사업장에) 들어오기 전에 (사측의) 사전 검열을 받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도 “이 조항대로라면 해고자뿐 아니라 산별노조 간부가 사업장에 들어가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호영 의원안은 정부안보다는 다소 진전됐다고 노동계는 평가한다. 안호영 의원안에는 정부안에 있는 ‘독소조항’이 빠졌다. 특히 안호영 의원안에선 노조법 2조4호 라목의 단서를 포함한 전체 항목이 삭제됐다.
노조 임원 자격을 개정한 정부안 조항도 논란이다. 정부는 “노조 임원은 그 조합원 중에서 선출돼야 한다”고 명시된 노조법 23조1항을 “노조 임원 자격은 규약으로 정한다”고 수정했다. 정부는 이 조항과 관련해서도 ‘기업별노조의 임원은 그 사업 또는 그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한정해 노동계 반발을 샀다. 반면 안호영 의원안에는 단서조항 없이 ‘노조 임원 자격을 규약으로 정한다’는 내용만 규정됐다.

“ILO 기본협약 취지 무관하게 개악된 내용 포함”

정부와 안호영 의원은 모두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하지만 두 개정안 모두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했다. 두 개정안 모두 사용자의 급여지급은 여전히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면제 한도를 초과한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담은 것이다. 유정엽 본부장은 “안호영 의원안에서 면제 한도 초과 급여지급시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하는 조항이 삭제된 점은 진전된 부분”이라면서도 “2010년 법 개정 이전처럼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정부안에는 오히려 ‘개악’된 조항이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명시된 42조1항의 조항을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 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전면적·배타적 사업장 점거는 금지됐지만, 부분적·병존적 점거는 허용됐다. 정부안에는 “노조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모두 안호영 의원안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정부안·안호영 의원안 모두 근본적 법안 아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두 개정안 모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ILO 기준에 적합한 법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노조법 2조(정의)에 명시된 ‘근로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근로자’의 정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노조법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안이다. 정부와 안호영 의원안엔 모두 해당 내용이 빠져 있다. 두 개정안에는 모두 개별교섭시 차별대우 금지조항이 담겼지만 근본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류미경 국장은 “안호영 의원안이든 정부안이든 기본협약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걸 통과시켜야지만 비준을 할 수 있고 이걸 통과시키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한 뒤 시간을 갖고 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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