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임금보전 법제화 현실적으로 불가능"



노동시간단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정 협상이 재계의 강경자세 선회로 인해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노사정은 지난 6일 저녁 노동시간단축 논의와 관련 고위급회담을 가졌으나 임금보전, 연월차휴가를 놓고 '현격한' 의견차만 확인한 채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 '임금보전' 놓고 노사 입장차 더 벌어져

이날 노사정 고위급회담에서는 지난 달 거의 의견접근까지 간 것으로 알려진 '최근 논의안'에 근거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오히려 당시보다 더 후퇴된 입장만 확인했다. 임금보전과 관련 한국노총은 지난 '최근 논의안'대로 '법부칙에 임금보전 근거명시' '법령에 보전방법 및 보전의 성격 구체화' 등 '법제화'를 요구했으나, 경총은 '법제화 불가' 및 '단체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월차휴가 축소와 관련 한국노총은 임금보전을 전제하고 있지만, 경총은 전반적으로 일본수준, 즉 월차폐지, 연차 10∼20일, 축소분 임금보전 불가 등의 입장을 밝혀 입장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된 것.

■ 노동시간단축 논의, 대폭 후퇴

이날 논의중단과 관련 한국노총은 재계가 협상을 사실상 백지화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6일 "재계가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논의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논의중단의 책임을 재계로 돌렸다. 재계가 지난 '최근 논의안' 수준에서도 모두 후퇴하고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로서는 논의초기부터 잠재돼왔던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최근 더 확산되고 있는데다, 미 테러사태와 경기침체, 여당의 재보선 참패 등으로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이완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 재계는 "임금보전을 법제화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논의는 계속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 종업원별로 임금수준, 조건이 천차만별인데 법제화를 하게 될 경우 어떻게 일일이 임금보전을 적용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임금보전도 연월차휴가의 국제적인 수준이 될 때 법제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한국노총, 8일 투쟁계획 및 중대발표 예정…정부, 재계 설득이 관건

이러한 가운데 한국노총은 8일 향후 투쟁계획을 포함한 중대결심을 발표한다고 밝혀 노동시간단축 논의의 향배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7일 "재계의 협상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묵과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중대결심 및 투쟁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정점으로 노동시간단축 협상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총력투쟁을 배수진으로 치면서 재계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같은 논의중단 위기에 대해 정부쪽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로서는 현재 상대적으로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재계를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날짜는 자꾸 가는데 협상결렬로 합의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연내 입법 전망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또 그는 "현재 정부는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특히 재계를 계속 설득해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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