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청지역을 다녀왔다. 내가 속한 노동조합은 전국을 돌아다니는 순회투쟁일정을 세웠고, 그 행사중에 충남 아산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일진 아산노조는 파업 87일째였는데, 일당 2만1천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는 일진아산노조 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하루 12시간 일을 하고 겨우 1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온 노동자들이 석달째 파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올해 임금인상을 단 1원이라도 해주면 파업을 끝내겠다는 것인데, 사장은 폐업을 한 이후 나타나지 않는다 했다. 아산중앙병원은 파상파업 45일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병원장은 구속된 상태라고 했다. 임금을 1년 이상 주지않아 소송을 통해 6개월치는 받았고 나머지를 안 주고 도망다니다 노동자에게 잡혀 구속되었다고 한다.

일진 아산공장은 4만2천평이 되는 제법 규모가 큰 공장인데 일진그룹에 속해있다. 일진그룹은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인데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두 곳뿐이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말하기를, 노동조합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사장의 신념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단다. 노조의 '노'자도 듣기 싫다는 사장에게서 노동자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월급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던 병원장이, 일년 이상월급을 안 주면 노동자들은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가? 기가 막힐 일이다. 도둑질할 수도, 땅을 파먹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것이 경영자들은 죽기보다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자본으로 공장을 세우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단돈 1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 공장을 닫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딱하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어림없다던 재벌 총수도 땅에 묻혔는데 굳은 신념을 가진 경영자들은 늘고 있다.

어찌된 셈인가?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같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존의 법칙을 배워야 한다. 혼자선 살 수 없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자본을 갖지 않은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생산을 해야 이익을 얻는다. 노동이 없는 자본은 없고 노동 또한 자본없이 존재할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요구하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은 물론 국가도 없다. 회사가 싫어 노동자가 떠나고, 노동자가 싫어 경영자가 다 떠나면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런 세상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단돈 1원의 임금인상도 해주기 싫어 경영자가 버린, 텅 빈 4만2천평의 공장은 오늘도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노동조합을 깨야, 없애야 한다는 경영자의 생각이 바뀌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