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둬야만 했던 우리는 따뜻한 방구석에 홀로 앉아서도 누구나와 연결돼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시절을 살지만 아무래도 저기 손 포개어 잡는 일을 따라갈 수는 없을 테다. 정부서울청사 앞, 다시는 거길 찾고 싶지 않았다던 문중원의 아내에게 그 마음 잘 안다고 용균이 엄마가 손 꼭 잡고 말했다. 눈 맞춰 안부 주고받는다. 껴안고 어깨에 기댄다. 눈을 감아본다. 내내 울던 사람이 그제야 웃는다. 그러니 구불구불 사연 깊은 사람들은 꾸역꾸역 길에 나와 시린 손을 비빈다. 산 사람 손을 잡는다. 더는 죽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자식 앞세운 엄마가, 동생을 보낸 누이가, 또 아빠 잃은 아이의 엄마가 그 숱한 죽음을 읊고 되새기고 곱씹는다. 기어코 물 맺혀 벌건 눈을 해서 무명의 영정을 품고 앉았다. 그 마음이 얼마간 세상에 번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아홉 글자가 이제 낯설지만은 않게 됐으나, 오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나선 누군가는 퇴근하지 못하고 영정 속 흔적으로 남는다. 찬 겨울, 흰 국화가 비닐 하우스 안에서 잘도 자란다. 비닐 지붕 겨우 덮어쓴 농성장 사람들은 잘도 지낸다. 바스락거리던 낙엽이 다 지도록 부리나케 뛰었는데, 언젠가의 굳은 약속이 문턱 앞에서 희미하다. 영하의 날씨 속 손 빨간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손 뻗어 맞잡는다. 체온을 나눈다. 속 끓는 그 심정을 서로 잘 알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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