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기자

구조화. 사진을 찍을 때에 피사체를 파인더의 테두리 안에 적절히 배치해 화면을 구성하는 일이다. 무엇을 더 넣고 어떤 걸 빼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십상이다. 사진은 흔히 객관적인 기록으로 여겨지지만 거짓말도, 왜곡도 잘하는 게 또한 사진이다. 프레이밍 과정은 대개 짧은 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편견 혹은 관습에 기대는 일이 잦다. 주먹 쥔 손과 일그러진 표정과 붉은 머리띠 같은 것들이 흔한 경우다. 귀족노조 혹은 강경투쟁 같은 이미지가 거기에 자주 녹아든다. 주로 보수언론을 통해 퍼진 것들인데, 이 또한 프레이밍이라고 부른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어떤 싸움 나선 사람의 의지와 절박함을 드러내는 오랜 상징의식이다. 저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노조 활동가들은 몇번째인지도 모를 삭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남은 머리칼을 툭툭 털고 있다. 장기화한 코로나19 위기 속, 노동조합은 해고와 온갖 차별과 노동법 개정 시도에 맞서는 싸움을 시작했는데, 물 밑 프레임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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