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사진은 CJ대한통운 정읍서브터미널에서 지난 12일 집화가 완료된 상품이 14일이 돼서야 간선차 상차가 진행된 상황을 보여준다. 오른쪽 사진은 간선차가 싣고 가지 못한 잔류 물품들이 정읍서브터미널에 남아 있는 상황. <전국택배노조>

“아이스박스에 담은 상품은 그날 바로 간선차가 싣고 허브터미널로 올라가요. 그런데 물량이 늘어 허브터미널이 마비돼 서브터미널에 잔류되는 상품이 늘었어요. 어떤 택배기사는 민원전화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다 보니깐 (집화) 거래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전북 정읍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로 일하는 김창한씨는 최근 배송 지연으로 변질된 신선상품 탓에 고객 민원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전국택배노조 호남지부 정읍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배송뿐 아니라 고객이 배송을 요청하는 물건을 받아 지역 거점 서브터미널로 옮기는 집화업무도 함께한다. 원래대로면 김씨가 집화한 당일 물건은 허브터미널로 옮겨져야 한다. 특히 신선상품은 집화 다음날 배송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2~3일이 지나 배송이 완료되는 경우가 잦다.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박성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장은 “상차 물량이 잔류되는 것은 전국적으로 모두 같은 현상”이라며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코로나19로 물량이 증가해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화·배송 고객과 대면하는 택배노동자의 감정노동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신영호(가명)씨는 “차에 실어 (허브터미널에) 보내도 하루 묵혀 물건을 하차하는 경우도 있다”며 “물건을 받아야 할 식당에 상한 물건이 들어가니 물건을 보낸 집화 거래처도 민원을 받고, 또 거래처는 저한테 짜증을 낸다”고 토로했다.

간선차에 물건 상차가 늦어져 발생한 상품 변질은 CJ대한통운이 부담한다. 하지만 뒤처리는 택배노동자 몫이다. 고객이 택배노동자에게 전화해 보상을 요구하는 탓에 물건을 받은 고객에게 훼손된 상품 사진을 받고, 환불이 이뤄져야 할 은행 계좌번호가 적힌 통장 사본까지 택배노동자가 고객에게 일일이 요청해야 한다.

김창한 지회장은 “CJ대한통운이 실적에 눈이 멀어 허브터미널 상황을 택배노동자들에게 명확히 공유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배송지연 가능성을 고객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집화 물품 접수를 받든가, 미리 허브터미널 상황을 공유해 택배노동자가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기 지부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허브터미널 신설”이라며 “허브터미널을 신축하지 않으면 잔류물량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측에 이에 관해 질의했지만 답변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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