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항만노동자 223명이 일하다 죽거나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추락·낙하와 접촉·충돌 사고가 118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노후한 크레인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부산·여수광양·울산·인천항만공사에서 받은 항만노동자 업무상재해 현황과 컨테이너 크레인 운용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맹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추락·낙하와 접촉·충돌 사고 재해자가 각각 59명(26.5%)이나 됐다. 협착 38명(17%), 전도 22명(9.9%), 붕괴 1명(0.4%), 화재 1명(0.4%), 기타 43명(19.3%)이다.

업무상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부산항만공사다. 5년간 92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7명은 사망했다. 지난 7월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가 추락해 트랙터 운전기사가 다쳤고, 9월에도 크레인 와이어가 끊기면서 컨테이너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맹성규 의원은 “항만 하역장비 노후화로 항만 내 안전사고 위험이 심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아는 노후 크레인 위험, 내구연한 기준도 없어

실제 항만공사 4곳의 갠트리·트렌스퍼 크레인 4기 중 1기는 운용연한 20년을 넘긴 노후장비다. 건설용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내구연한을 20년으로 정하고, 기한이 지나면 정밀진단을 통해 3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항만 크레인은 이런 규제가 없다. 노후 크레인이 많은 이유다.

맹성규 의원이 항만공사 4곳의 컨테이너 트레인 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685기 가운데 165기(24.1%)가 20년을 넘게 가동했다. 30년을 넘은 크레인도 41기(5.9%)나 됐다. 업무상재해가 가장 많은 부산항만공사는 보유한 크레인 482기 가운데 35기가 운용 30년을 넘었다. 이 가운데 1기는 운용 44년차다. 항만 터미널별로 보면 울산항 정일울산컨테이너터미널 크레인 6기가 모두 30년을 넘었고, 부산항터미널 크레인 99기 가운데 30기(30.3%)가 30년을 넘었다. 부산항 한국허치슨터미널 크레인에서도 5기가 30년 넘게 가동했다. 그중 4기가 40년을 넘겼다.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8년 1월31일 냉동 컨테이너 작업 중 하역 중이던 크레인에 노동자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해 10월28일에도 강풍으로 컨테이너가 낙하해 차량 3대와 노동자 1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11월20일에는 크레인 통제 불능으로 컨테이너가 바닥으로 추락해 작업용 수레를 끌던 노동자가 깔려 목숨을 잃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가장 최근 문을 연 부산신항 쪽은 부산북항(구항)과 비교해 유사 사고가 거의 없다”며 “노후 크레인으로 인한 인과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크레인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은 정부도 알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제도는 전무하다. 해양수산부는 항만업무편람에 항만 크레인의 경제성을 따진 내용기간을 정하고 있지만, 이는 재무제표상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기준으로 사용 기간을 의미하는 내구연한과는 관련이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장비가 노후해 업무상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말까지 진행해 내년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성규 의원은 “항만공사 4곳은 항만 관리·운영 주체로, 사고 위험이 높은 노후 크레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크레인 등 항만 하역장비도 건설용 타워크레인처럼 내구연한 기준을 마련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의원 “안전예산 3천억원, 집행률은 74.4%”

항만공사 4곳이 안전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이 이날 공개한 항만공사 4곳의 2015~2019년 안전예산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안전예산은 3천17억1천500만원이지만 실제 집행액은 2천245억2천800만원(74.4%)에 그쳤다.

부산항만공사는 5년간 안전예산 1천140억6천900만원 가운데 791억5천300만원(69.4%)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기구 의원은 “항만공사별로 수십 수백 억원의 안전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지만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있는 항만하역 협력업체 노동자가 주로 안전사고를 당하는데, 공사가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개별 사업장에 맡기지 말고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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