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JT저축은행 매각 본입찰에 MBK파트너스와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만 참여했다. 사모펀드의 저축은행 인수가 유력해졌다.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JB금융지주와 한국캐피탈 등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알려졌으나 지난 15일 이뤄진 본입찰에 불참했다.

만약 MBK 혹은 뱅커스트릿이 JT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사모펀드가 저축은행을 직접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간 사모펀드가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한 사례는 없다.

노동자들 ‘5년 전 구조조정’ 상처
회사 “조직률 낮다”며 노조 요구 외면


사모펀드의 JT저축은행 인수에 반대했던 지회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이진한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장은 17일 “사모펀드로 매각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며 “회사쪽도 인수대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JT저축은행 매각 초기부터 인수자가 사모펀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매각 뒤 구조조정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JT저축은행은 2006년 예아름저축은행으로 설립됐다가 2008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으로 넘어갔다. 이후 2015년 일본계 대부업체 J트러스트그룹으로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인원감축과 지점폐쇄 등 구조조정을 겪었다. 현재 조합원들은 SC에서 JT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셈이다. 그사이 J트러스트그룹은 비정규 노동자 채용을 늘리고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했다.

이 지회장은 “J트러스트그룹은 2015년 당시 500억원의 헐값으로 SC저축은행을 인수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5년 만에 2천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며 “또다시 사모펀드나 대부업체로 인수될 경우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지회는 지속적으로 회사쪽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지부 조직률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다.

10년 경영계획 제출, 안전장치 뒀지만
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해 ‘먹튀’ 근절해야


JT저축은행이 매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사모펀드의 JT저축은행 인수에 제동을 걸 방법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심사밖에 남지 않는다.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인수를 불허하는 식으로 인수자격을 확인한다. 2017년에는 사모펀드로 인한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시 10년 경영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제도 뒀다. 구조조정을 강행해 몸집을 키워 5년 뒤 매각하는 사모펀드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모펀드의 저축은행 인수를 막을 길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10년 경영계획도 제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현재 다른 법률상 고소·고발건이 문제가 될 순 있으나 원천적인 봉쇄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인수전에 참가한 MBK가 홈플러스를 운영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지만 고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뱅커스트릿도 국내에 진출했으나 송사까지 연루된 건은 없다.

이런 상황을 우려했던 노동계는 그간 줄기차게 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를 요구했다. 사무금융노조는 JT저축은행 매각 초기부터 대주주 적격성심사에 노동자 고용안정 조치를 포함하고, 합의제 기구인 금융위 결정에 노동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동자위원 참여를 요구했다. 이재진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를 촉구한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적격성심사에 노동자 고용안정 조치를 포함해 심사를 강화하고 먹튀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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