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문혁 변호사(법무법인 안심)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20카합20518 쟁의행위금지가처분

1. 사건 개요

채권자는 법률구조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법률구조법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이고, 채무자는 채권자 소속 변호사 88명(가처분 결정시 기준)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서 대한민국 최초 변호사로만 구성된 노조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2019년도 단체교섭을 요청해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2019년 12월께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채무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행한 뒤 쟁의행위가 가결됐음을 채권자에게 통보했다.

채무자는 2020년 1월께부터 같은해 3월께까지 위 통보에 따른 최초 파업을 실시했고, 업무에 복귀한 후 준법투쟁을 실시하다가, 5월께 채권자에게 “단체교섭 재개 시까지 지역별 릴레이 파업을 무기한 진행할 예정임”을 통보했다. 6월부터 ‘지역별 릴레이 파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채무자는 2020년 6월10일께 채권자에게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임을 통보했다.

채권자는 채무자 소속 조합원 중 일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고, 쟁의행위의 목적이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에 관여하기 위한 것으로 위법하며, 변호사의 공익적 의무를 위반해 쟁의행위를 강행하는 등 쟁의행위 방법이 상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는 주장을 했다. 법률구조법에 따른 법률구조사업 수행권 등을 피보전권리로 해 쟁의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과 이에 대한 간접강제를 신청했다.

2. 결정 요지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유를 근거로, 채권자가 구하는 쟁의행위의 금지를 명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1)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 또는 진정한 목적이 채권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사항이나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2) 가처분을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시급하게 금지해야 할 정도로 채권자의 경영상의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법률구조사업의 수행에 제약이 발생된다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객관적인 소명이 부족하다.

3) 근로자 쟁의행위의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가처분을 통해 금지를 구하는 경우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할 것인데, 채무자의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수단 및 방법 등에 관한 불법성의 소명 정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단체교섭 진행 경과, 이 사건 최초 파업의 규모와 기간, 채무자의 향후 쟁의행위 계획, 법률구조 등 법률 관련 사무에 종사하는 채권자 임직원 및 채무자 조합원들의 구성과 경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의 업무나 시설 등에 대한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 그 밖에 쟁의행위의 금지를 명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

3. 평석

대법원은 “사용자가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해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구하거나 같은 내용의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다만 이때 헌법이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쟁의의 유동성에 비춰 법적 간섭은 최소한도에 그치는 것이 분쟁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노사의 이해 대립은 노사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자주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보전의 필요성이나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에는 고도의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75754 판결 등).

위 판례 법리에 비춰 볼 때, 사측이 노조 또는 소속 근로자를 상대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또는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을 구하는 경우, 보전의 필요성은 민사집행법에서 규정한 ‘소명1)’의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증명’의 정도를 요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상결정에서는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평화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것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라는 투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쟁의행위는 평화적 단체교섭의 실현을 뒷받침하고 근로자들의 생존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쟁의행위는 평화적 단체교섭의 실현을 뒷받침하고 근로자들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고, 근로자가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에 기해 쟁의행위를 할 경우 불가피하게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쟁의행위가 한계를 넘어 위법한 권리침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그에 개입할 수 있지만, 법원이 개입하는 단계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쟁의행위는 노사 간의 대립, 긴장 속에서 유동적으로 발전하므로 그중 한 단면만을 뽑아내어 위법한 쟁의행위라고 가볍게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쟁의행위에 다소 위법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사전 예방적 조치로서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명해서는 아니 되고, 과거 일정한 시점에 위법한 쟁의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을 이유로 이러한 가처분을 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무색하게 할 우려가 크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2)을 주목할 만하다.

쟁의행위는 노사 간의 대립, 긴장 관계가 극적으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이는 현행 법체계상 폭행, 업무방해 등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고, 사용자의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에 직접적으로 근거한 행위로서의 성질도 동시에 갖고 있다.

대상결정은 위와 같은 쟁위행위의 이중적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쟁의행위 중 위법적인 측면만 따로 떼어내어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명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 3권을 형해화할 우려가 크므로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보다 구체화한 의의가 있다.

참고로 본 사안에서 채무자의 쟁의행위에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는 전혀 소명된 바가 없으나, 채무자가 위법한 쟁의행위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판례 법리에 더해 쟁의행위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의 한계를 보다 명확히 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피보전권리에 관해서도 채권자는 본 사안에서 ‘법률구조법상 법률구조사업 수행권’이라는 다소 생소한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사용자의 영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및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하는 것으로 선해해 보전 필요성을 판단한 점이 눈에 띈다.

4. 결론

대상결정은 쟁의행위 과정에서 위법적인 측면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쟁의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형태의 가처분은 근로자인 조합원의 헌법상 기본권을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했고, 과도한 폭력을 앞세운 쟁의행위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 변화 추세를 고려할 때,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결정으로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용자의 재산권 역시 보호돼야 할 중요한 권리이므로,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나 소속 조합원의 위법한 쟁의행위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무턱대고 전면적인 쟁의행위금지를 구할 것이 아니라, 피보전권리를 침해할 만한 유형의 쟁의행위를 보다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명시해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민사집행법 제279조 제2항, 제301조. 소명은 증명보다는 낮은 정도의 개연성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일응 확실할 것이라는 추측을 얻게 한 상태 또는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르도록 증거를 제출하는 당사자의 노력을 말한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IV, 2014, 43면).

2) 대전고등법원 2010. 8. 20. 선고 2009나9476 판결에서도 위와 유사한 판시를 한 적이 있으나, 대상결정에서는 쟁의행위의 헌법상 지위와 쟁위행위에 대한 법원의 개입이 신중해야 하는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판시한 점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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