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은행, 공공부문노조 등 대형 사업장 노사갈등도 변수


지난 호에는 올 하반기 제도개선 쟁점 중에서 노동시간단축관련 쟁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올하반기 제도개선 논의응 노동시간단축이 중심 쟁점이 되겠지만 또한 축에서는 공무원 단결권 문제와 비정규직보호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대우차 처리, 은행통합,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대형 사업장 노사갈등도 예상되고 있어 이들 대형사업장 노사갈등이 제도개선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연계될 것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 공무원 단결권, '공직협연합체'냐 '공무원노조'냐 줄다리기

공무원 단결권 문제는 현재 노동계와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체들을 중심으로 공무원노조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공무원 단결권보장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정부로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또한편으로는 보수층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여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공무원 단결권과 관련해서 가장 큰 추진동력은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체들을 중심으로한 공무원노조 도입 요구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하반기에 법외노조 형태의 공무원노조 결성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또한편에서는 전공련과는 흐름을 달리하는 공직협들이 연합해 대한민국공무원노조준비위(공노준)를 결성한 상태다.

이런 공무원 단결권과 관련된 힘겨루기는 크게 두가지 변수를 안고 있다. 하나는 어떤 형태의 단결권을 보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공직협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보장되는 노조형태를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제한된 단결권과 교섭권만을 갖는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체까지를 허용하겠다는 태도여서 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단결권과 관련해 또하나의 주목할 부분은 양대노총의 세력확장경쟁이다. 공무원은 전체 조직대상이 최대 40만까지를 헤아리는 천혜의 조직화 대상부분이다. 현재 240개가 공직협이 건설돼 있고 약 8만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공무원 단결권이 어떤 형태로든 인정될 경우 대규모 조직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 조직대상을 어느쪽에서 더 많이 확장하느냐를 놓고 양대노총간의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전공련과 공노준은 아직 상급단체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양대노총은 나름대로 공무원 단결권이 인정될 경우에 대비한 조직확대방안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단결권 문제가 올해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노사정위는 공무원단결권과 관련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에 대한 자료조사와 논의를 거쳐 10월초까지 공무원노조 입법내용을 검토하고, 10월말까지 해외실태 조사를 한 뒤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대안마련에 나서겠다는 논의일정을 잡고 있다.

그러나 전공련은 이렇게 논의일정을 잡을 경우 올해안에 법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공련은 올해안에 법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 논의가 9월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올해 공무원노조가 법제화 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에 법외노조형식으로 공무원노조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올해안에 법개정을 하자는 공직협 연합체와 정부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힘겨루기에서 정부가 제시할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체 허용방안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공직협 연합체들의 투쟁은 공무원들의 특성상 극한투쟁보다는 대규모 집회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문제가 노동시간단축만큼의 국민적 흡인력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고, 또 올해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제한선이 없는 만큼 올해 정부안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비정규직 보호제도 논의, 제도개선까지는 시간 걸릴 듯

올해 제도개선 쟁점중의 하나로 떠오른 비정규직 보호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그 중요성에 비해 논의속도는 뒤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노사정위에 특위형식의 논의틀이 구축된 만큼 제도개선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제도는 IMF이후 비정규직이 전체노동자의 50%를 넘어서면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노동계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노사정위에 비정규특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단체들과 양대노총은 이번 노사정위 논의를 계기로 비정규직 보호제도가 정비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를 위해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제도의 경우 존재형태가 다양하고, 이에 대한 실태파악도 잘 안돼 있는 실정이라서 일단은 실태파악부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고용형태별로, 사안별 대책을 세우는게 필요하기 때문에 논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정규직보호제도와 관련해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사용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간제근로계약의 경우 일시적이고 계절적인 업무에만 허용을 하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고용유연화와 관련된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기간제근로계약과 관련해 계약기간 상한선을 연장할 것과 파견근로제 허용직종을 대폭 확대하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 보호제도와 관련한 노사간의 시각차가 큰 만큼 논의결과가 가시권 안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도개선 논의가 노동시간단축을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 논의에 집중도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올 하반기 논의가 큰 틀의 법제도개선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에서는 현재 법제도 틀 내에서 정책적으로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공무원 단결권 문제와 비정규직 보호제도 관련 쟁점은 노동시간단축과 달리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시한이 분명치가 않다. 여기에 노동시간단축 논의에 시선이 집중될 경우 논의 집중도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들 두 쟁점에 대한 논의일정은 노동시간단축 문제 보다 한템포 느리게 전개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올해를 넘기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대우차, 은행, 공공부문노조 등 대형 사업장 노사갈등도 변수

올 하반기에는 이런 제도개선 쟁점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와 함께 일부 대형 사업장의 노사갈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들 대형 사업장의 노사갈등은 제도개선 논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하반기 노사관계 쟁점으로는 먼저 대우차 처리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GM과의 매각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우차 부평공장 인수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노조측에서는 부평공장 인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정부 여당도 부평공장까지 매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주장이 관철돼 부평공장이 매각대상에 포함될 경우 매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큰 파고를 이루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대로 부평공장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또한차례 파업투쟁의 파고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통폐합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통합에 따라 지점축소, 인원감축 등이 예상되면서 긴장이 형성되고 있고, 노조에서는 인위적인 인원감축 시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다른 은행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태다. 이런 소문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노조들은 또한번 금융통폐합 반대투쟁의 파고가 몰아닥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총파업 이후 지도부 구속 이후 현재 지도력 재정비 중에 있고, 금융노조와 대형 은행지부들의 선거가 걸려 있어 어느정도 투쟁력을 집중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은행통폐합이 추진될 경우 금융노조 전체의 조직력을 집중하는 투쟁보다는 해당 지부를 중심으로한 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쟁점이 될 것 같다. 철도의 경우 민영화와 인원감축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철도노조는 지난 선거에서 김재길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민영화 반대투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민영화와 인력감축을 둘러싸고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투자기관 자회사 민영화 문제도 쟁점으로 대기하고 있다. 벌써 해당 노조들은 강력한 저지투쟁에 나설 태세인만큼 정부의 강행여부에 따라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싼 쟁점들은 노정관계에 해당되는 문제인 만큼 노사정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고, 노동시간단축 등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노사정위 노동시간단축논의를 지렛대로 이들 공공부문 사업장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울산의 효성노조, 태광대한화섬노조, 고합울산노조 등 화섬업종 3사노조의 파업도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태광대한화섬의 경우 회사에서 467명 정리해고계획을 통보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이뤄지고 있고, 효성 노사의 경우 실무교섭을 하고 있으나 일부 조합원 해고와 전환배치 문제를 놓고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합울산의 경우 회사측의 설비 해외 이전계획에 대해 노조가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울산 화섬3사노조의 파업은 화섬업종의 침체와 맞물려 장기파업으로 이어지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울산에 집중돼 있어 노조간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한 사업장이든 극적인 타결점을 찾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산별노조전환, 또다시 기지개

올해 하반기 노사관계에서는 노동계 내의 변화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산별연맹에서는 산별노조전환 논의가 다시 가동될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의 경우 올해 2월에 산별노조로 전환할 계획을 확정한바 있고, 올 9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산별노조 건설방침을 확정하고, 2002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거쳐 9월에 산별노조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공공연맹도 8월중으로 산별노조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2년 정기대의원대회 전까지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으로 있다. 금속산업연맹도 이미 금속산업노조를 결성하고 산별전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고, 한국노총 금융노조의 경우도 아직 산별노조로 가입하지 않은 단위노조들을 산별노조로 포괄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노동계의 산별노조 전환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살펴본 노사관계 전망은 그자체로 하나의 가능성이다. 기자가 본 가장 확률이 높은 경 우의 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수가 많을수록 돌발적인 상황도 많고, 예측하지 못한 경우의 수도 많이 나타나기 마련. 분명한 것은 올 하반기는 제도개선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고, 주5일근무제 도입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5일근무제가 도입될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 확률게임의 측면에서 본다면 고스톱 판에서 고돌이가 날 정도 이상의 난이도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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