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극적 사태는 대부분 기업이윤 틀 안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처럼 한국 산업재해 희생자 죽음도 사회적·제도적 배경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플로이드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숨 쉴 수가 없다’고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가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생명안전포럼 창립식’ 축사에서 제기한 화두다.

보이지 않는 죽음 … “죽어도 괜찮은 목숨은 없다”

21대 국회의원 연구단체 생명안전포럼이 이날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생명안전포럼은 생명안전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도입을 위해 구성된 국회의원 연구단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의원을 맡고 같은 당 이탄희·오영환 의원이 공동책임연구책임의원을 맡아 활동한다. 13명의 정회원과 13명의 준회원으로 구성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정회원)이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니다.

우원식 대표의원은 인사말에서 “모든 사람은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그 당연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포럼은 ‘보이지 않는 죽음’을 대표해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아들(고 김용균)은 원·하청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적 모순 속에 내몰려 처참히 살해당했다”며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사회적 대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포럼이 앞장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김계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축사를 했다.

창립식에서는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포럼 회원인 국회의원들에게 ‘생명안전 지킴이’가 돼 달라는 의미의 명패를 직접 전달했다.

“K방역 이면에서 무너지는 사회안전 돌아봐야”

창립식에 이어 ‘21대 국회, 생명안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기조강연에 나선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코로나19를 맞아 K방역이나 한국모델을 말하지만 들춰 내면 민낯이 드러난다”며 “지난 3월 대구에서 평년보다 15% 정도 초과사망이 발생했다는 것은 감염병이 가져온 어느 한 단면만 갖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이웃이 건강해야 내가 건강하다, 아프면 쉬자는 구호를 내세우지만 그게 가능한가”라고 되물으며 “(K방역 이면에서) 무너지는 사회안전은 누가 돌봐야 하는지 국회가 고민해 달라”고 했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발제에서 “재난참사에서 확인한 것은 현실은 대단히 불평등하고, 재난참사 가해자에게 관대하다는 것”이라며 “21대 국회는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의지가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권’을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화하고, 법·제도와 정책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21대 국회가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11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토론회는 송경용 신부 사회로, 서채완 변호사(민변)·최희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장·임자운 반올림 활동가(변호사)·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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