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수배지도부들이 경찰출두 이후 석방되면서 상반기 내내 계속돼온 민주노총과 정부간의 긴장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단병호 위원장이 구속수감되고, 일부 지도부의 경우 아직 사법처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지만 자진출두했던 노조간부들이 풀려나오면서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민주노총과 정부간의 대치국면의 변화는 하반기 노사정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차적으로 미칠 곳은 노사정위의 제도개선 논의다. 현재 노사정위에서는 노동시간단축과 공무원노조 도입, 비정규직 보호문제 등 제도개선 관련 쟁점이 큰 화두로 떠올라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는 노사정위 논의구도에서 민주노총은 '장외의 변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정부와의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면서 이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노사정위 논의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현재 진행중인 제도개선 관련 논의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에 민주노총이 명동성당 농성을 풀게된 것도 명동성당 농성체제로는 하반기 제도개선투쟁을 이끌어 가기가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번 민주노총과 정부의 긴장이 풀려나가면서 기존의 노동시간단축, 공무원노조, 비정규직보호 관련 논의에 민주노총의 목소리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이 어느정도, 어느방향으로 미치게 될 것인지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먼저 민주노총의 투쟁기조가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수배 지도부의 자진출두를 계기로 민주노총의 투쟁기조도 어느정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일단 상반기 내내 유지해왔던 정권퇴진투쟁기조를 명시적으로 철회하진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제도개선쟁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노사정 논의에 반영시키는데 비중을 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하나의 변수는 민주노총이 어떤 방식으로 노사정 논의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일단 정부는 노사정위의 틀로 들어오는 것을 희망하겠지만 민주노총으로서는 당장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금까지의 태도를 놓고 본다면 정부와의 직접대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노총이 노사정간의 논의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하느냐가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하나의 변수는 양대노총의 공조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느냐다. 현재까지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민주노총은 장외에서 투쟁하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이런 구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양대노총의 공조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노동계의 협상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민주노총의 명동성당 농성 해제를 계기로 민주노총은 현재 진행되는 제도개선 논의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런 구도는 노사정위 내의 합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으로서는 이 방법이 제도개선 추진과 관련해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해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점이 정부여당이 민주노총 수배자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나오게 된 한 이유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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