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가까이 기아자동차를 이끌었던 박한우 사장이 물러났다. 경영환경과 사업전략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십에 변화를 주려는 차원이라지만, 최근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친환경 인증 실패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7일 수시인사를 단행했다. 박한우 사장은 다음달 1일자로 퇴임한다. 2014년 11월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은 지 약 5년4개월 만이다. 신임 사장은 송호성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부사장)이 승진해 맡게 됐다. 기아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리더십 변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졌던 쏘렌토 하이브리드 친환경 인증 실패 사태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높다.

기아차는 지난달 20일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전계약을 시작했다가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정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배기량 1천~1천600CC 차량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5.8킬로미터를 넘어야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리터당 15.3킬로미터였다.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사전계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세제(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 혜택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섰지만, 고객 신뢰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이 높았다. 이렇게 부담하게 되는 보상금도 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박한우 사장 퇴임에는 쏘렌토 사태 영향이 크다”며 “워낙 책임론이 컸기 때문에 회사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쏘렌토 신차 양산 지연으로 2천392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주가도 추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막대하다”며 “국내영업본부와 신차 상품기획을 총괄했던 박한우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아차는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5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임원 교체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송호성 신임사장은 수출기획실장과 유럽총괄법인장,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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