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각국이 삶의 질 향상과 우수한 노동력 확보를 위해 1일8시간, 주5일근무라는 소위 표준근로시간제를 정착시킨 시기는 대량생산체제가 확립된1950년대 말이다. 한국경제는 90년대 이후 산업고도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면서 과거의 장시간 근로방식의 발전단계에서 보다 질적이고 내포적 성숙이요구되는 단계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발전단계에 부응하는 각종 제도정비 및 구성원들의 의식변화가 수반되지 못한 것이 현재 우리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기저적 요인이 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5일근무제의 도입은 우리의 직업 및 소비생활과 관련되는 제도 및 의식을 90년대 이후의 새로운 경제발전단계에 부응하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기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지엽적인 이유를 강조하면서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것은 보다 큰것을 놓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주5일근무제의 도입은 직업생활, 기업의 조직관리, 소비생활패턴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과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주5일근무제 도입의 사회적 순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주요 과제와노사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추진과정에서 노사정의 합의방식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시간제도의 단축 추진이 노사의 지지와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 1년 이상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근로시간단축 및 관련제도의 개선을 위한 합의도출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이미 원칙적인 방향에 대해서 합의가 도출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세부적인 사항을 놓고 노사가 그들의 복잡한 내부사정 때문에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항이 여러가지 있으므로 패키지타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노사정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완전한 합의도출을 위해 보다집중적인 노력을 강구하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도출이 지연되면서정부 일각에서는 공무원 및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만 도입될 경우 민원업무의 차질에 따른 시민불편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시간단축의 사회적 시너지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단축의 문제를 합의가 어렵다고 이와 같이 우회하여 조급하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보다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면서 노사를 설득하는 노력이다.

다음 기업내부에서 강구되어야 할 주요과제로는 우선, 노사의 협조와 태도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금감축 없는 주5일제의 도입은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초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시간관리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근로자들은 생산성 증대를 위해 협조해야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휴가제도 등의 개선에도 협조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재창조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여가문화의 창출을 위해 노사정의 태도와 의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사회인프라의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식사회에서의 여가문화는 과거의 소비지향적인 형태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차를 몰고 나들이하는 행태 중심의 여가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개인의 직업생애능력개발 중심의 여가문화가 필요한 시대가다가오고 있다. 지식사회에서의 여가시간은 집 주변에서 공공도서관 등에서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하면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는 전반적인문화시설이 핵심적인 사회인프라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부당사자들의 의식전환이 주5일제 도입과 더불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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