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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천명이 산재사고로 죽는 나라, 사법부는 책임 없나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6월 고용노동부 국민자문단 자격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 상설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회의에는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산재예방지도과장,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이 참석했다. 2022년까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행정기관들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일선 근로감독관들은 사망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고 증거를 수집해 검찰에 송치하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지나 돌아온 형사처분 결과는 자신들 예상과 달리 처벌수위가 너무 낮아 힘이 빠진다고 푸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80% 이상이 기소되고 있지만, 검사의 처분은 불구속·구약식(약식명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사례는 전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중 1%가 채 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기준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의 경우 기본 형량은 징역 6월부터 징역 1년6월까지이며, 가중처벌 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10월에서 3년6월까지 형이 가중될 수 있다. 과실로 노동자를 다치게 한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4월에서 10월까지, 가중처벌하는 경우는 징역 8월에서 2년까지로 양형기준이 정해져 있다. 업무상과실치사는 기본 징역 8월에서 2년, 가중인자가 있을 때는 징역 1년에서 최고 3년까지도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하급심 선고 결과를 보면 과연 실무에서 선고되는 양형의 수준이 법의 제정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해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노동자의 사망사건에서도 반성이나 피해배상 및 합의, 유가족의 처벌불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된다. 특히 합의(금전적 배상)와 처벌불원은 사고의 경중, 사상자의 수, 의무위반의 정도 등 범죄가 가져온 결과를 압도할 정도로 결정적 영향력을 갖는다. 그 결과 피고인은 동종 전과가 있더라도 집행을 유예받거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한다.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산재보험금이 지급된 것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적고 있으며, 심지어 피고인이 속한 회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하기도 한다.

판결의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양형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피고인이 약 3년 전 동일한 법 위반 사실로 벌금형 선고를 받고도 여전히 안전보호조치 의무를 불이행한 결과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건이라면, 피재자의 사망에 대해 미필적 고의 이상의 인식과 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과실범임을 전제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산재보험 가입은 사업주의 의무일 뿐, 노동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따라서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사망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가 급여징수를 당함은 별론으로 유족에게는 당연히 보험급여가 지급된다. 그런데 그 지급 여부를 피고인의 양형에 참작하는 것은 산재보험 제도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류다. 피고인의 지역사회 기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의 양형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부당하며, 설령 피고인의 변론내용이었다 한들 이를 판결문에 기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원·하청 도급관계에서의 판결례를 살펴보면 예상대로 하청사업주와 하청 현장소장의 징역형 및 금고형 선고비율이 원청사업주 및 원청 현장소장의 그것에 비해 다소 높고, 벌금형은 그 반대다. 직책과 지위 면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원청사업주·하청사업주·현장소장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피고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책임감리단장이나 감리원은 형사피고인으로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한국비교형사법학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 연구).

법원은 여러 개의 기업조직이 종·횡으로 결합해 시행하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인명 피해의 위험성 역시 대규모로 증폭되기 마련이므로 그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들이 중첩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시행함으로써 재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신뢰의 원칙을 지나치게 고려해 형사책임을 섣불리 분산하거나 파편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련된 표현을 해석하자면 도급관계의 구조적 특성상 현장 너머 존재하는 숨은 이윤 향유자에게까지 혹독한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 3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그 죽음의 무게에 비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처벌 정도는 지나치게 가볍다. ‘책임 없는 곳에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근대 형법의 기본원리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서 책임 있는 곳이 어디며, 진정한 법 위반 행위자는 누구인지, 나아가 책임에 대응하는 형벌의 양정은 어떠해야 하는지 사법부는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관성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중대재해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이제는 사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조애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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