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환경시설노조

지난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소각설비가 설치된 처리동 문을 열자 먼지와 함께 정체 모를 냄새가 훅하고 올라왔다. 들고 있던 1급 방진마스크를 급히 썼다. 콜록거리는 기자와 달리 시설을 안내하던 김태헌 전국환경시설노조 위원장은 “이런 냄새도 자주 맡다 보니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한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소각시설 주위 난간과 바닥은 물론 처리동 문 바깥쪽 바로 앞에 놓인 빨간 소화기 위까지 회색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서울시는 시내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강남과 노원·마포·양천 4개 자원회수시설에 보내 소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전기와 고압증기를 생산한다. 고압증기는 지역난방으로 활용한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마포구·용산구·중구·서대문구·종로구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처리한다. 하루 처리 규모는 750톤에 이른다.

<매일노동뉴스>가 만난 이들은 마포자원회수시설 운영팀 노동자들이다. 운영팀 노동자는 30여명으로 설비를 운전·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한다.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를 청소하거나 폐수를 처리하는 소각 뒤처리도 한다. 최대 섭씨 1천100도인 고온의 소각로 불을 쉽게 끌 수 없는 탓에 운영팀 노동자들은 24시간을 4조2교대로 일한다. 한 노동자는 “소각로 불을 한 번 붙일 때 들어가는 연료비와 인력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크레인 운전자가 쓰레기 벙커에 반입된 쓰레기를 크레인을 조정해 소각로에 집어넣고 있다. 최나영 기자

“인력충원 절실해요”

자원회수시설에서 처음 마주하는 곳은 크레인실이다. 크레인실은 쓰레기 운반차량이 벙커에 투입한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에 넣는 역할을 한다. 소각로에 집어넣기 전 잘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섞는 일도 한다. 자원회수시설은 크게 반입·공급설비와 소각·열에너지 회수설비, 연소가스 처리설비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크레인실은 반입·공급설비에 해당한다. 

▲ 서울시

크레인실은 벙커 밑바닥에서 30미터 높이 한쪽에 있다. 크레인실 앞면이 유리벽으로 돼 있어 아래를 바라보면 수천 톤의 쓰레기가 쌓인 벙커가 한눈에 들어온다. 크레인 운전원들이 조정석에서 벙커를 내려다볼 수 있게 유리벽 아랫부분은 비스듬하게 깎여 있다. 조정석에는 크레인 운전원이 두 명 있다. 8명이 4조로 나뉘어 2교대로 12시간씩 일한다. 주간팀은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일한다. 야간팀은 밤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한 운전원은 “근무시간 내내 아래를 보고 크레인을 운전하다 보니 목과 어깨 주변이 뻐근하다”며 “특히 밤을 새는 조에 배치될 때 힘들다”고 말했다.

크레인 운전원을 포함한 운영팀 노동자들은 모두 4조2교대(주간-주간-야간-야간-휴일-휴일-휴일-휴일)로 일하고 있다. 4조3교대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 변경됐다. 같은해 9월 현장노동자 손아무개씨가 자택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손씨의 죽음에 장시간 노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과로사라는 것이다. 노조는 근무형태 변경을 요구했다. 김태헌 위원장은 “4조3교대로 일할 때는 휴가자가 발생하면 대체근무를 연이어 하면서 14시간·17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까지 발생하곤 했다”며 “4조2교대로 바뀌고 대체근무도 연이어 하지 않기로 하면서 연속 장시간 노동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대체근무를 하면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는다고 한다.

크레인실은 사방이 막혀 있었지만 유리벽 사이로 쓰레기 냄새가 조금씩 새어 들어왔다. 크레인 운전원 A씨는 “새벽에는 청소차량이 쓰레기를 투입하기 위해 벙커 문을 열기 때문에 압력 차로 냄새가 더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 전국환경시설노조

“유해물질 몸속에 쌓이고 있을까 걱정돼요”

크레인실을 지나면 소각로와 폐열 보일러가 있는 설비를 볼 수 있다. 소각로는 섭씨 850도 이상 1천100도 이하로 유지된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비산재·다이옥신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을 비롯한 유해가스와 중금속류는 연소가스 처리 설비로 넘어가 필터를 거쳐 정화된 뒤 굴뚝으로 배출된다. 소각하면서 생긴 '바닥재'와 연소가스 처리설비에서 발생된 비산재는 지정폐기물로 매립된다.

설비 주변은 열기와 먼지가 심해 들어가 보지 못했다. 설비가 설치된 처리동 문 앞 가장자리에서 잠시 살펴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기침이 났다. 1급 분진마스크를 썼지만 먼지가 새어 들어왔다. 화학가스 냄새도 심했다. 민규원 노조 마포지부장은 “공간 내부에 환기시설이 부족해 노동자들이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면식 마스크를 착용하면 먼지나 냄새가 덜할 것” 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각설비와 연소가스 처리설비 세부 모습은 견학로 유리창 너머로 확인할 수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시민들이 쓰레기 소각·자원회수 과정을 볼 수 있도록 견학로를 마련해 놓았다. 견학로는 깔끔했고, 유리벽 너머에서 회색 먼지가 쌓인 설비 가까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규원 지부장은 “소각로 주변에서 일하다가 열기에 데여 상체에 화상을 입은 노동자도 있다”며 “병원에서 소뇌 위축증 진단을 받은 사람도 있는데 이곳에서 마신 유해가스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국환경시설노조

“유해가스 맡으며 무거운 바닥재 치워요”

소각재처리 공정에는 타지 않은 물질을 거르는 거름 장치가 있다. 거름망이 있는 곳은 바닥부터 설비까지 회색 재로 뒤덮여 있었다. 바닥에는 잿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었고, 걷다가 넘어질 뻔할 정도로 미끄러웠다. 화학가스 냄새도 진동했다.

노동자들은 바닥재 거름망에 걸린 잿덩어리를 삽으로 손수 빼낸다. 소화기나 커다란 철물 같은 타지 않는 물건도 걸러진다. 김태헌 위원장은 “생활 쓰레기가 아닌 것까지 버려지니 소화기·자전거도 나온다”며 “노동자들이 직접 빼내 철물 등은 따로 매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을 구부린 자세에서 빼내는 작업을 하다 보면 몸이 아프고, 걸러지는 것들이 무겁다 보니 쉽게 지친다”며 “아직 식지 않은 바닥재를 치우다 보면 유해가스·물질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처리동 출입구에는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건이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설비 내부에서 작업하면서 몸에 묻는 비산재나 미세먼지, 독성 화학물질을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조는 에어부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규원 지부장은 “에어건으로는 미세먼지가 털어지지도 않고, 털어낸 먼지가 다시 코나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에어부스에 들어가 유해 물질을 깨끗하게 없애고 먼지는 포집해 따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닥재 저장조에 있는 잿덩어리를 크레인으로 상차해 매립지로 보내는 크레인 운전원도 따로 있다. 이곳에서 크레인을 운전하는 B씨는 “재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냄새가 계속 난다”며 “맡고 있으면 눈도 따갑고 어지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쓰레기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화학물질·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는지 모른다”며 “지금 당장 문제는 없지만 유해물질이 몸속에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비산재를 포집하는 곳에서는 포대 자루로 설비 입구를 묶어 놓았다. 다른 처리시설에서 떨어지는 비산재를 포집하기 위해서다. 노조 관계자는 “비산재는 바닥재보다 조금 가볍게 흩날리는 재”라며 “포대 자루를 설비에서 빼내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비산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 설비를 지키고 있던 한 노동자는 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몸을 덮는 하늘색 방진복 입었다.

중앙제어실 노동자는 “현장 노동자들은 설비를 운전·점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바닥재 청소 같은 부수적인 일을 더 많이 한다”며 “작업하다 설비에 찍히거나 다치는 건 다반사고, 긴급한 일이 터졌을 땐 인력이 부족해 과부하에 걸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쓰레기 소각·열에너지 회수 설비가 있는 처리동 내부 모습. 최나영 기자

“민간위탁 구조가 노동환경 열악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민간위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 업무를 민간업체에 3년 단위 계약을 맺고 위탁하고 있다. 3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위탁업체는 노동자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보수에 적극적이지 않다.

노조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는데도 처우가 나쁘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직무마다 급여가 다르지만 운영팀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실수령액은 월 230만~25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업무 대비 낮은 임금의 원인도 민간위탁 구조에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입찰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규정보다 낮은 금액으로 낙찰되기도 한다”며 “부족한 운영비를 인건비를 줄여 메운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업체가 바뀔 때마다 노동자들이 ‘신입사원’이 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한 운영팀 노동자는 “1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지금 1년차와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며 “퇴직금도 3년마다 정산되고, 연차를 산정할 때도 새 업체가 들어온 시점부터 계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업체가 바뀔 때 대부분 고용승계가 되긴 하지만 혹시라도 승계가 안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헌 위원장은 “이전 회사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려 휴직한 뒤 복귀 과정에서 업체가 바뀌어 원직 복직이 더 어려워진 사례도 있다”며 “산업재해 신청 준비 과정에서 업체를 찾았더니 현재 업체와 이전 업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고 증언했다.

▲ 전국환경시설노조

한편 노조는 임금인상을 비롯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8일 오전 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파업했다. 22일 교섭이 예정돼 있다. 김태헌 위원장은 “교섭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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